'다문화가족 잡종 비유' 익산시장 사과에도 비판 이어져

정헌율 시장 정치적 부담 느낀 듯 '도둑사과'
시민단체 "사과 진정성 느껴지지 않아" 거듭 지적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 (사진=김민성 기자/자료사진)
다문화 가족 자녀를 가리켜 '튀기'라고 지칭하고, '잡종강세'라고 말해 논란이 된 정현율 전북 익산시장을 두고 시민단체들이 연대성명을 내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적 부담을 느낀 듯 정 시장은 CBS노컷뉴스 보도 이튿날인 지난 20일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이는 본지 보도 이후 후속 취재에 나선 일부 개별 언론사들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사과의 형식과 진정성을 놓고 비판이 계속될 전망이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와 익산여성의전화, 인권소모임미쓰리딩 등 전북지역 시민단체들은 21일 정 시장을 규탄하는 연대성명을 냈다. 이는 지난 20일 익산참여연대 성명 이후 두 번째다.


단체들은 정 시장의 발언을 "인권감수성과 인권의식이 결여된 표현"으로 규정하고 "정 시장이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 없는 인식을 갖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잡종이라는 말은 오랜 기간 통용돼 온 인종주의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이다"며 "이를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비유하는 데 사용한 건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정 시장이 '다문화 가족 자녀들을 잘못 키우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해당 발언은 다문화 가족 자녀들이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표현한 것이다"며 "인종주의적 편격에 입각한 차별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또 "정 시장이 지금부터라도 인권교육 참여 등을 통해 다문화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없는 인권 의식을 갖출 것을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익산시가 지난 20일 일부 언론사에게 개별 전송한 사과문. (사진=익산시청 제공)
한편 익산시는 전날 A4용지 1장 짜리 사과문을 만들어 뒤늦게 취재에 나선 일부 언론사에게 개별 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시장은 사과문에서 "본의 아니게 다문화 가족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평소 다문화가족 인권 신장에 앞장서 온 저로서는 이번 사태가 매우 당혹스럽다"고 했다.

정 시장은 또 "용어선택이 적절치 못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문화가족 지위 향상에 더욱 노력하고 용어 선택에도 신중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사과의 형식과 진정성으로 불길이 옮겨붙고 있다. 단체들은 이러한 사과가 있었던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연대성명을 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채민 활동가는 "사과문에서 정 시장은 용어 선택의 문제를 말하고 있지만 문제의 발언은 인권감수성이 결여된 자신의 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 활동가는 그러면서 "본인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 인권감수성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도 없고, 공식적인 사과도 아닌 형식적인 사과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정 시장은 지난달 11일 원광대학교 문화체육관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운동회에서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CBS노컷뉴스가 취재를 시작하자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수 없어 한 말이다"며 "'당신들은 잡종이다'고 말한 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 가족들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다"고 해명해 논란을 키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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