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렛일 전담' 코트 밖에서 빛난 정대영의 '헌신'

부상으로 나서지 못한 보령 시리즈
물과 수건 들고 다니며 선수들 보살핀 '맏언니'

(사진=FIVB 제공)
코트에서 바삐 움직이며 땀을 흘린 선수들. 이들이 벤치로 들어와 쉴때 누구보다 바삐 움직인 선수가 있다. 바로 여자배구 대표팀의 맏언니 정대영(한국도로공사)이 그렇다.

정대영은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5주 차 3경기를 부상으로 인해 뛰지 못했다. 이탈리아와 4주 차 두 번째 경기에서 1세트 초반 블로킹 이후 착지 과정에서 발목을 다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대영은 대표팀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지켰다.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태였지만 대표팀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리고 선수들이 벤치로 들어오면 물을 선수들에게 건넸다. 또 수건으로 선수들의 땀을 닦아주며 격려했다.

이런 허드렛일은 대부분 막내들이 하지만 맏언니 정대영이 자청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이유에서다.


20일 폴란드전을 마치고 만난 정대영은 "대표팀에 있지만 함께 훈련도 못 하고 경기에도 나서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선수들은 다 경기에 투입되지만 나는 쉬고 있으니 물과 수건이라도 전해주는 일을 해주면서 힘이 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가 할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선수들도 고맙게 생각해주고 덕분에 편하다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정대영의 솔선수범에 후배들도 감동했다.

대표팀의 막내인 박은진은 "원래 나와 주아가 해야 하는 일인데 대영 언니가 먼저 '너희는 경기에 집중해라. 물과 수건 등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해줘서 감사했다. 덕분에 경기에 임하기 편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베테랑 선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대회에 임했다. 그리고 경기에 나서고 싶은 마음도 컸기에 부상은 더욱 안타깝다.

정대영은 "너무 뛰고 싶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발탁돼서 뛸 기회였는데 아쉽다"라며 "그래도 나머지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한국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정대영은 또 "처음에는 오랜만에 뽑혀서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속팀 감독님도 '대표팀에 가게 됐으니 최선을 다하고 와라'라고 얘기했다"며 "성적이 좋지 못해 이기고 싶은 마음이 생겨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코트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은 정대영이다.

정대영은 "밖에 있으니 코트에 있을 때보다 보이는 게 많았다. 그래서 박은진, 이주아에게 보완점 등을 얘기해줬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 어린 선수들이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은진 역시 "벤치로 돌아오면 대영 언니가 많은 얘기를 해줘서 도움이 됐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모처럼의 대표팀 경기, 그리고 연패. 또 부상과 한일전 승리. 정대영에게는 많은 생각을 남긴 VNL이다.

정대영은 "정말 힘들었다. 솔직히 몸이 힘든 것보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계속 지다 보니까 선수들 마음고생이 심했다"라며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해 스트레스도 받았다. 그래도 선수들이 한일전과 폴란드전을 이겨줘서 위안을 받았다"라고 VNL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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