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구매 의혹을 받는 비아이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이 점차 검찰로 향하고 있다.
21일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2016년 8월 한 달동안 검거해 불구속 입건한 마약사범 12명 가운데 한 씨만이 유일하게 검거 9일 만인 8월 31일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나머지 11명은 모두 10월에 송치됐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송치된 A 씨는 체포 45일 만인 10월 9일 검찰에 넘겨졌다. 한 씨와 비교하면 36일이나 차이가 난다.
특히, 경찰은 9월 7일 한 씨에 대한 마약 감정 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회신받고 다음 날 검찰에 추가 송치했다. 결과는 역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또 경찰이 8월부터 2달 동안 검거해 불구속 입건한 31명 중 3명을 불기소 처분하고 28명을 피의자 주거지 관할 검찰로 이첩했다. 하지만 한 씨는 주거지가 서울이었는데도 관할 검찰청으로 이첩되지 않은 것이다.
당시 경찰은 이를 두고 "검찰이 한 씨 사건을 빨리 넘기라고 했기 때문에 수사를 다 끝내지도 못하고 추가 송치한 정황들이다"라고 주장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 사건 수사전담팀도 검찰이 한 씨와 비아이 사건을 빨리 넘기라고 했다는 담당 경찰관들의 주장에 대해 "굉장히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담당 강력팀장이 당시 팀원 3명 앞에서 수원지검 검사에게 전화를 받은 뒤 팀원들에게 한 씨 사건을 검찰에 넘기라고 했다는 것이다.
수사전담팀은 "한 팀원이 '비아이도 넘기는 겁니까'라고 묻자 팀장이 '그렇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담당 형사들은 수사가 덜 된 상태에서 넘기라고 해 수사보고 등 모든 작업을 부랴부랴 오전에 다 끝냈다"고 덧붙였다.
용인동부경찰서는 당시 검찰에 한 씨 사건을 송치하면서 비아이에 대한 수사보고서도 함께 넘겼다.
특히, 한 씨가 송치된 날 작성된 이 수사보고서에는 비아이의 본명이 적힌 제목에 이어 한 씨가 YG 소속 가수 김한빈, 일명 비아이에게 대마초를 구입해 전달했고 이를 의심할 만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담겼다.
또 변호인과 다시 출석해 횡설수설하며 석연치 않게 이전 진술을 번복하고, 변호인이 한 씨 옆에서 모호하게 진술하도록 메모를 해주는 듯 보였다는 내용도 적혔다.
하지만 검찰은 9월 한 씨를 조사가 아닌 면담만 한 차례 진행했다. 이마저도 한 씨가 당시 너무 울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씨는 검찰이 다시 불러 조사하지 않는 동안 이번엔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탑(본명 최승현)과 4차례에 걸쳐 또다시 대마초를 흡연했다.
검찰이 같은 해 12월 한 씨를 조사하기 위해 다시 연락을 취했을 때는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이에 한 씨는 당시 불구속 송치된 32명 가운데 유일하게 시한부 기소 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한 씨는 이듬해 3월 귀국하자마자 빅뱅 탑의 마약 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체포돼 구속됐다.
검찰은 당시 경찰에 한 씨와 비아이 사건을 넘기라고 했다는 정황과 부실 수사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킥스(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도 한 씨에 대한 송치 지휘 기록이 없다"면서 "경찰이 별도의 내사 첩보 보고를 작성했으면 비아이를 불러 조사하는 등 끝까지 내사를 했어야 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