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태프 근로자성 인정한 판결, 2심도 유지

서울동부지법, 피고인 항소 기각 원심 유지
"피고인이 근로자들에 대한 사용자로 인정돼 원심 정당"

지난해 7월 18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아버지의 전쟁' 영화 스태프 및 배우 임금 체불 소송 청구 기자회견 당시의 모습 (사진=영화노조 제공)
영화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항소부는 20일 오전 306호실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아버지의 전쟁' 제작사 대표 A 씨를 상대로 제기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에 대해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원심에서 재판부는 A 씨에게 500만 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번 소송은 임금 체불을 당한 영화 스태프들이 김훈 중위의 의문사 사건을 다룬 영화 '아버지의 전쟁' 제작사인 B사 대표 A 씨를 상대로 진행한 것이다.

이 영화 제작을 위해 2016년 12월 16일부터 2017년 4월 22일까지 근무한 근로자 19명은 임금 4623만 4998원을 받지 못했다. A 씨는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피고인 A 씨는 '스태프들은 피고인과 관계에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이 있고, 원심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에서 인정된 사실을 대부분 인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계약을 체결한 스태프들이 고정된 월 급여 또는 약정된 금액을 지급받았던 점 △스태프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을 피고인이 제공했고 출근 시간이 일정했으며 스태프들 업무에 필요한 자재 등을 피고인이 제공한 점 △스태프들은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촬영계획표에 따라 근무했고 일정을 변경할 재량은 스태프들에게 없었던 점 △피고인은 각 부서 팀장들에게 업무 보고를 받았던 점 △근로자들의 사업장에 대한 전속성이 인정되는 점 △피고인이 영화 각 제작 방향을 설정하고 그 제작 과정을 총괄하는 권한을 가졌고 영화 제작에 필요한 각 분야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 및 네트워크를 보유한 각 부서 책임자를 통해 소속 스태프들의 업무를 통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은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피고인의 출석이 늦어 11시 17분쯤부터 선고를 시작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은 재판 직후 CBS노컷뉴스와 만나 "그동안 (영화 스태프들은) 계속 근로계약서를 쓰고 있었는데 그게 뒤집어지지 않은 조건이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자체가 예산을 구분해서 적용하도록 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번 판단을 통해 다른 영화들도 기본적인 것을 지켜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화노조는 '아버지의 전쟁' 스태프들의 체불 임금을 지급하고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달라는 탄원서를 약 2주 동안 받았다. 1천 명이 참여한 탄원서는 19일 동부지법에 제출됐다.

영화노조는 이날 오후 중 영화 스태프의 근로자성이 인정된 2심 판결 유지에 관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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