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 5만톤 대북지원 결정…국제기구 통해 신속 전달

北 반응 지켜본 뒤 추가 지원여부 결정…과거 수십만톤 유·무상 지원
WFP 등 "올해 136만톤 부족, 10년래 최악"…'인도적 개입' 촉구
식량 포대에 '대한민국' 명기, 전용 가능성 최소화

김연철 통일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국내산 쌀 5만톤을 북한에 무상 지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9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북한의 식량 상황을 고려해 그간 세계식량계획(WFP)과 긴밀히 협의한 결과, 우선 국내산 쌀 5만톤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정부는 이번 WFP를 통해 지원되는 식량이 북한 주민에게 최대한 신속히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추가적 식량 지원의 시기와 규모는 이번 지원 결과 등을 보아가며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향후 북한의 반응과 태도에 따라 식량지원이 추가로 이뤄지는 것은 물론 국제기구를 거치지 않은 직접 지원 가능성도 시사하는 것이다.

정부는 남북관계가 비교적 원만했던 2001년~2004년의 경우 매년 옥수수 10만톤을 WFP를 통해 북한에 무상지원한 바 있다.

대북 직접 지원의 경우도 2002년에 국내산 쌀 40만톤(1510억원)을 차관 방식으로 전달하는 등 수십만 톤 규모를 지원했다.

현재 국내 쌀 비축 규모와 정부 양곡 수요 등 감안하면 올해 식량 지원에 활용 가능한 적정 물량이 20~25만 톤, 최대 30만 톤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북한의 식량난이 최근 10년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국제기구와 국내 전문기관의 공통된 분석에 따라 지원 규모, 시기, 방식을 놓고 의견 수렴 작업을 벌여왔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WFP는 지난 달 3일 북한 식량 사정에 대한 긴급 조사 결과를 통해 2018/19 양곡년도 곡물 생산량은 490만 톤으로 전년 대비 12% 줄어들어 2008/09 양곡년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또 전체 인구의 40%에 달하는 1010만명이 식량 위기를 겪을 수 있고, 가뭄과 강수량 부족으로 6월 수확기 춘곡 생산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기구는 또 상업적 수입량 20만 톤과 외부 원조량(예정 포함) 2.1만 톤을 감안해도 136만 톤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분석하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개입'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우리는 현재 인도주의적인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나는 한국이 북한에 식량 등 다양한 것들을 지원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은 또 지난달 7일 전화통화에선 FAO와 WFP의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고 긍정적 조치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지지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정부는 WFP를 통한 지원 방식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장기간 대북지원 사업을 진행해온 경험과 노하우, 효과적인 분배·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지원되는 쌀은 우리 측 항구에서 WFP에 인도한 뒤 WFP가 주도적으로 북한에 대한 운송을 책임지는 본선인도조건(FOB) 방식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또 국내산 쌀을 지원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우리 농민들의 피땀이 배어있는 우리 쌀로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은 동포애와 인도주의 명분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쌀 재고는 약 118만 톤(5월말 기준)이며 1만 톤당 연간 관리비용은 37억원 수준이다. 국내 농민단체들도 국내 재고미를 활용한 대북 지원을 희망하고 있고, 우리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보관 중인 조곡(벼)을 보관기간이 짧은 정곡(쌀) 형태로 가공해 지원하고, 식량 포대에는 '대한민국'을 명기함으로써 전용 우려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11일에는 북한 영유아·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용도로 WFP와 유니세프에 800만 달러를 송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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