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천로역정'은 전날 8820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4위 자리를 지켰다. 전국 326개 스크린에서 497회 상영된 결과물이다.
지난 13일 개봉한 이 영화의 누적관객수는 9만 4300명으로 개봉 1주차 만에 10만 관객 고지를 앞뒀다.
동명 기독교 고전에 원작을 둔 '천로역정'은 일반 상업 애니메이션보다 빠른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시장 분석가 김형호는 이날 "스크린 300~400개를 확보한 애니메이션의 최종 관객수는 평균 12만~15만 명 정도"라며 "이와 비교했을 때 '천로역정'은 개봉 6일 만에 일반 애니메이션 최종 관객수 범위에 도달한 셈이니 흥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진단했다.
'천로역정'을 수입·배급한 CBS시네마의 전작으로, 누적관객수 27만여 명을 기록한 '바울'(2018)과 비교했을 때 그 흥행 속도는 보다 선명해진다.
김형호는 "개봉 1주차 스크린 수에 차이가 있겠으나, '천로역정'의 10만 명 돌파 속도는 '바울'과 단순 비교했을 때 5일이나 빠르다"며 "특히 토요일, 일요일의 좌석판매율은 33% 이상으로 '바울'보다 더 높다. '바울'보다 스크린과 좌석을 더 확보한 만큼 관객도 더 들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타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 '천로역정'의 예매 관객 연령층은 10대가 적은 대신 40대 이상이 많은 게 눈에 띈다"며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이 이런 경우를 보이는 이유는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생 자녀를 둔 가족 관객층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종교영화를 수입·배급해 온 CBS시네마는 앞서 2015년 첫 영화 '프리덤'으로 10만 6483명, 2017년 '예수는 역사다'로 17만여 관객을 모은 데 이어 지난해 '바울'로 첫 20만 관객 이상을 동원했다.
'천로역정'이 개봉 1주차에만 10만 관객을 모으면서 새로운 기록을 쓸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김형호는 "'천로역정'의 흥행 씨앗은 27만여 명을 모은 '바울'이 뿌린 것"이라며 "그때 단체관람했던 관객들의 경험이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CBS시네마 영화는 신뢰할 만하다'는 인식이 생긴 덕"이라고 봤다.
이어 "굳이 표현하자면 CBS시네마 배급 영화에 대한 신뢰도가 쌓인 것"이라며 "그러한 신뢰의 경험치가 있으니 '천로역정'의 단체관람을 더 쉽게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