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GIO는 18일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국내의 대기업 지정 및 규제와 관련해 "5조원, 10조원 규모 회사가 크다고 규제하는 게 나라에 도움이 되는가"라며 "기업이 크다, 작다는 건 반드시 글로벌 스케일로 놓고 봐야지, 우리나라만 따로 떨어뜨려 놓으면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어 "수조 원을 연구개발(R&D)에 쓰려면 규모의 경제가 돼야 한다"며 "우리는 옛날식 프레임으로 큰 회사가 나오면 규제를 하고 잡는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회사는 어떻게 기술이 뒤처지지 않고 이길까 고민만 해도 벅찬데, 사회적 책임을 묻고 탐욕적이고 돈만 아는 회사라고 하는 건 책임이 과한 것 같다"며 "그런 건 정치나 사회에서 해결해주고 기업은 연구개발과 트렌드를 쫓아가고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사회 국가적으로 도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이 GIO는 글로벌 IT기업 구글을 가리켜 "구글은 구글대로 좋은 검색 결과가 있고 네이버는 네이버대로 좋은 검색 결과가 있다"며 "글로벌 검색엔진 외에 자국 검색엔진이 있어야만 다양성이나 문화적인 것을 지켜갈 수 있다"며 말했다.
이어 "네이버가 이런 '제국주의'에 저항해서 살아남은 회사였으면 좋겠다"며 "후손들이 봤을 때 '네이버가 있어서 우리 마음대로 분석하고 잘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네이버 역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의사 결정의 순간으로는 2011년 일본에서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꼽았다.
이 GIO는 "높은 확률로 여진이 온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모든 일이 실패돼도 철수하라고 해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회사 사무실에 가서 너무 큰 압박감에 펑펑 울었다.성공해서 돈도 못 쓰고 죽을뻔한 것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서 의사 결정하라는 게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이 GIO는 앞으로 네이버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20년이 돼서 감도 많이 떨어지고 휴대전화에 글자도 잘 안 보인 지가 꽤 됐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기여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네이버 욕하는 댓글을 많이 보는데 사실 엄청나게 괴롭고 상처를 많이 받는다"면서 "내성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 은둔형 경영자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가장 푸는 것은 만화에서 큰 적을 때려눕히는 것을 보는 것"이라며 열혈강호·용비불패·나루토·원피스 등 만화를 즐겨본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 만든 펀드에 붙인 '코렐리아'란 이름도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행성에서 따온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