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노영희(변호사), 백성문(변호사)
뉴스쇼 화요일의 코너입니다. 라디오 재판정.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나 인물을 저희 스튜디오 재판정에 올려놓으면 여러분 양측의 변론을 들으시면서 배심원 자격으로 평결을 내려주시는 거죠. 오늘도 두 분의 변호인 모셨습니다. 노영희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노영희> 안녕하세요.
◇ 김현정> 백성문 변호사님, 어서 오십시오.
◆ 백성문> 안녕하세요. 백성문 변호사입니다.
◇ 김현정> 오늘 본격적인 재판정 들어가보죠. 이것도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갑질'이라는 표현을 쓰면 이거는 모욕죄에 해당할까, 안 할까 이겁니다. 이게 굉장히 화제의 판결이었네요. 대구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라면서요, 백 변호사님?
◆ 백성문> 네. 피고인 박 씨는요. 2016년 대구의 한 건물 1층을 임차해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건물주가 변경이 되면서 이곳을 쓰는 조건이나 이런 것들 협의하고 이러면서 약간 안 좋은 감정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로. 그래서 2016년 5월에 이사를 나가는 문제로 다툼이 생겨서 2017년 8월에 '건물주 갑질에 화난 OO미용실 원장'이라는 내용의 미용실 홍보 전단지 500장을 제작해서 지역 주민들한테 100장을 배포하고요. 15장을 미용실 정문에 두 달 동안 붙여놓은 겁니다. '건물주 갑질에 화난 00미용실 원장'이란 제목의 내용이에요.
◇ 김현정> OO이라는 게 미용실 이름인 거예요. 뭐 장미미용실, 샤론미용실 이런 미용실 원장.
◆ 백성문> 네. 이러니까 이 임대인이 너무 화가 난 거예요. 온 동네방네 사람들이 내가 갑질한 이상한 사람으로 본다. 그래서 고소를 했죠. 그래서 임대인이 갑질하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했다라고 하면서 모욕죄로 이 미용실 원장을 기소한 겁니다.
◇ 김현정> 그래요. 1심, 2심까지 났는데 1심에서는 무죄. 2심에서는 유죄. 그런데 이게 대법원으로 갔는데 파기 환송이 됐어요?
◆ 백성문> 다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이 됐죠.
◇ 김현정> 결론은 지금 아직 안 나온 거고?
◆ 백성문> 파기 환송이 됐으면 사실상 무죄로 나온 거죠.
◇ 김현정> 사실상 무죄라고 봐야 되는 겁니까? 자,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갑질이라는 말 우리 참 많이 쓰잖아요.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데 우리 주인이 갑질해. 우리 선생님이 나한테 갑질해'. 학생들은 그런 말도 하더라고요. '엄마가 나한테 갑질해'. 갑질이란 말을 요새 참 많이 두루두루 쓰는데 갑질이라는 표현. 모욕죄에 해당할까, 안 할까. 여러분들이 이 사건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눠주시면 되겠습니다. 노 변호사님 어떤 걸로 받으셨어요?
◆ 노영희> 일단 이게 지금 화장실 사용 문제로 문제가 불거진 거였거든요. 저는 그래서 화장실도 못 쓰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모욕죄가 아니다.
◇ 김현정> 모욕죄가 아니다 쪽. 노변 모욕죄 아니야, 무죄 쪽 보내주시면 되고요. 백 변호사님?
◆ 백성문> 일단 모욕죄라는 걸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상대방한테 욕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게. 그런데 우리 소위 말하는 땅콩 회황 사건 이후로 사회적으로 갑질이라는 단어. 위키피디아에까지 나와요. 갑질. 이렇게 영어로.
◇ 김현정> 외국 시사 주간지에도 실렸었잖아요. 'Gapjil' 이래가지고.
◆ 백성문> 그렇죠.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단지 붙이고 나니까 '아니, 그렇게 갑질하고 다녔다면서?' 주위 사람이 그랬다는 거예요. 이게 'XX야' 하고 욕하는 거하고 비교를 할 때 과연 사회적 가치를 저하시키는 정도가 적을까요? 이건 무조건 모욕죄가 됩니다.
◇ 김현정> XX라고 욕설하는 건 무조건 모욕죄예요?
◆ 백성문> 거의 100% 모욕죄죠.
◇ 김현정> 그런데 XX라는 욕하고 '쟤가 나한테 갑질해, 저 주인이 나한테 갑질해'라고 하는 그 갑질, 갑질하는 인간. 이런 거하고 모욕이 같은 모욕이겠는가 아닌가. 이걸 생각하시면 되겠군요. 모욕이다 생각하시면 백변, 모욕죄, 유죄. 50원의 단문, 100원의 장문 유료 문자 #1212, 카톡, 레인보우, 유튜브까지 열려 있습니다. 노 변호사님. 이거 백 변호사님 말씀까지 듣고 보니까 '이 XX야' 하고 이 '갑질하는 인간아' 하는 거하고 비슷하게 모욕적인 것 같은데요.
◆ 노영희> 사실 그래요. 제가 이 판결문을 꼼꼼히 읽어봤는데 사실 이 판결문 읽어봐도 잘 모르겠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아니, 노변이 모르시면 저희가 어떻게...
◆ 노영희> 그런데 저는 사실은 이건 대법원 판결이 맞다고 봐요. 왜냐하면 지금 여기에서 얘기하고 있는 게 뭐냐 하면 그 갑질이라는 표현이 무례하지 않다. 이렇게 표현한 게 아니에요. 대법원에서는 1심에서도 이렇게 말했어요. 갑질이란 표현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는 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도 뭐라고 얘기했냐면 피고인과 건물주의 관계. 그리고 피고인이 전단지를 작성하게 된 경위. 갑질이라는 표현이 갖는 전체적인 의미와 맥락 이런 것들을 살펴봐라. 그러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는 있다, 이 표현 자체가. 그리고 또한 무례하다. 방법상으로 무례하다.
◇ 김현정> 무례하다는 것까지는 인정을 했어요.
◆ 노영희>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모욕적 언사는 아니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기분 나쁜 건 인정하고 그렇게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이걸 모욕죄라고 하는 형법상 처벌할 수 있는 죄까지 묻는 거는 아니다. 이게 대법원의 판결입니다.
◇ 김현정> 모욕적인 건 맞는데 모욕죄는 아니다.
◆ 노영희> 그러니까 임대인의 행동에 비추어서 임차인이 할 수 있는 소극적 저항의 한 표시로 갑질이라고 하는 걸 사용하는 것에 불과한 거지 그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정말 모욕죄에서 말하는 그 욕하거나 이런 거랑 똑같이 평가하면 안 된다는 거죠.
◆ 백성문> 그런데 우리가 보통요. 조금 전의 노 변호사님 말씀 맞는데 욕설한 거 모욕죄라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XX야. 이거 전형적인 모욕죄예요, 사람들이. 그래서 시대가 변하는 그 언어, 단어에 사람들이 가지는 어감, 느낌, 효과 이런 걸로 새로 모욕죄가 성립된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네가 최순실이냐?' 이거 모욕죄 유죄 나왔어요.
◇ 김현정> 유죄 나왔어요?
◆ 백성문> 네가 최순실이냐. 이게 유죄가 나왔어요.
◇ 김현정> 이게 국정 농단 사태 전에는 최순실이냐 하는 게.
◆ 백성문> 누구인지도 모르잖아요. 국정 농단 이후에 네가 최순실이냐 그러면서 발끈해서 둘이 싸웠다가 이게 모욕죄로 고소가 됐고 그래서 이게 벌금형이 선고가 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갑질이란 단어는 과거 소위 말하는 땅콩 회황 전 단계 그때쯤 가면 그냥 지금 노 변호사님 말씀하신 게 맞아요. 그런데 이 한진 일가와 그 외 대기업 뭐 총수들의 뭔가.
◇ 김현정> 피자 회사, 치킨 회사 줄줄이 많았죠.
◆ 백성문> 그런데 그 갑질 보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통 TV 보면서 아유, 저런 X. 이런 얘기가 나오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의 인식에서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갑질한다고 각인이 됐고 그 갑질이란 단어가 오죽했으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외국에서 영어로 갑질 하고 그거 해석 달아놨어요, 굉장히 부정적으로. 그럼 그게 모욕이 아니면 뭔가요?
◇ 김현정> 그게 모욕이 아니면 뭐겠냐. 그러니까 땅콩 회항 이전과 이후를 달리 생각해야 한다. 갑질이라는 단어에 모욕적인 느낌이 확 강해졌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백변.
◆ 노영희> 지금 보세요. 우리가 임대인이. 임대인이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어떤 부나 이런 걸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게 무시하고 상대방을 깔보는 말로. 여기서 중요한 건 경멸적 표현이라는 말이 들어가는데요. 상대방을 깔보는 뜻으로 상대방이 욕하고 모욕하는 것. 그거하고 임차인이 거기에서 열심히 미용실 운영해서 장사 잘하던 사람인데 주인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화장실을 사용하는 문제 때문에. 화장실 이제 손님이 사용하는 거. 이런 거 때문에 서로 분쟁이 있었던 거예요.
◇ 김현정> 그런 분쟁이 꽤 많아요, 건물에서.
◆ 노영희> 그래서 그 사용 문제로 서로 다투다가 너 나가. 이래버린 거죠. 그러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그동안 계속해서 여기서 열심히 잘 장사했는데 갑자기 그런 거 가지고 나가라고 그러면 돈 없는 서러움. 갑질하는 임대인. 속상하겠죠. 거기다 대고 뭐라고 얘기합니까? 그래서 갑질이라고 쓴 거지 거기서 갑질의 의미가 아까 백변님 얘기하신 것처럼 정말로 뭐뭐뭐 하면서 XX야. 욕하는 거랑 똑같은 건 아니라는 거죠. 나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라는 뜻으로 쓴 거라는 거죠.
◇ 김현정> 누가 봐도 갑질인 걸 갑질이라고 했을 뿐이다.
◆ 노영희> 그러니까 우월적 지위에 있는 상대방에 대한 소극적 저항의 표시라는 거죠.
◇ 김현정> 저항의 표시, 욕이 아니다.
◆ 백성문> 노 변호사님의 이 발언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 김현정> 왜요?
◆ 백성문> 왜냐하면 여기서 갑질했다라고. 지금 갑을 관계를 노 변호사님이 자꾸 설정을 하시는데 이 사건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갑질해서 생겼다는 건 단언하면 안 돼요. 그러니까 이 임대인도 얼마나 화가 났으면 갑질한다는 전단지 붙인 거 가지고 지금 이렇게 고소를 했겠어요. 지금 임대인이 무조건 갑질했다고 전제하에 시작하시는 거 같은데 그건 아니고 임차인의 행동. 그러니까 이번 피고인의 행동이 갑질한 거에 대한 무언의 항의 표시 정도가 아니라 전단지를 뿌려서 주민들한테 나눠줬어요.
◇ 김현정> 500장.
◆ 백성문> 그럼 일단 제가 말씀드렸던 것 중에서 제일 중요한 요건 중에 하나가 공연성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얘기하는데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니, 그렇게 갑질하고 다녀도 되겠어?' 라는 사람들의 얘기까지 들을 정도라면 모욕죄 중요한 건 아까 말한 경멸적 표시로 사회적 가치를 저하시키는 건데 경멸적 표현 맞고 그다음에 이분 사회적 가치가 떨어졌죠. 주변 사람들한테 갑질하는 임대인으로 낙인 찍혔으니까. 그러니까 이거를 마치 갑질해서 응당하게 당할 일을 당했다는 취지로 접근하시면 이거는 조금 위험한 것 같아요.
◇ 김현정> 청취자 의견부터 먼저 잠깐 보고 갈게요. 서** 님, 전단지를 돌리고 공공연하게 붙였잖아요. 이 정도 되면 모욕이라고 봅니다. 김** 님,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 누가 저에 대해서 음해하는 뜻이 분명한 걸 전단지에 뿌렸으면 이건 모욕 주려고 하는 게 맞고 그러면 모욕죄인 게 분명한 거 아닙니까? 반면에 문** 님은 갑질에 우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당신 갑질했소라는 말조차 못하게 하면 이거 어떻게 하느냐, 할 게 없다. 홍** 님, 당해본 사람은 압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요. 이런 문자. 노변님?
◆ 노영희> 그래서 이제 언론사에서 보면 제목으로 누구누구 갑질이란 말 쓰잖아요. 그러면 그 언론사들도 다 같이 모욕죄로 고소당해야죠. 물론 나중에 무죄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가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갑질이라고 하는 게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의미라고 하는 게 있는 거지 그 개인에 대해서 경멸적 의미를 썼다라고 이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그건 아니다. 그러니까 판사님이 얘기한 게 전체적인 맥락을 봐라. 그 단어 하나만 보지 말아라. 이런 거고요.
예전에 판례 중에 하나가 관리소장에게 '나이 처먹은 게 무슨 자랑이냐.' 이렇게 말한 게 있었단 말이에요. 여기에 대해서 표현이 다소 무례하지만 상대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건 아니다 해서 무죄가 나왔단 말이죠.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이게 바로 그 말 한마디도 중요하겠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봐라.
◇ 김현정> 전체적인 맥락. 이제 마지막 마무리 발언 될 거 같아요. 여러분, 지금 보내주세요. 백 변호사님.
◆ 백성문> 전체적인 맥락 말씀하셨는데 예를 들어 친구 사이에서 갑질하지 마. 이런 건 당연히 모욕죄 아닙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야, XX야.' 모욕죄 아니에요. 그런데 이 얘기를 어떻게 썼냐가 굉장히 중요한 건데 아까 말한 것처럼 전단지 돌리고 굉장히 악덕 임대인이라는 의미를 줄 수 있는 행동을 한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청취자분들도 임대인이 갑질했으니까 그렇지라고 그렇게 고정관념 갖지 마시고 이게 분쟁 과정에서 그렇게 행동을 한 거거든요. 이게 갑을 관계에서 갑질했다는 말도 못 하냐. 이런 식으로 접근하시면 안 되고 갑질이란 단어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본인한테.
◇ 김현정> 정리하겠습니다. 우리 뉴스쇼 청취자들의 판단은 54:46. 46:54로 이 경우는 모욕죄 아닌 것 같다 쪽의 들어주셨어요. 대법원하고 똑같이 내리신 거네요, 여러분들도. 박빙은 박빙입니다. 생각해 볼 문제가 많은 사건이긴 하네요. 오늘 여기까지 라디오 재판정.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노영희 변호사, 백성문 변호사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