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 "부동산 가치 때문에 성찰 공간 쫒아 내"

순례는 어떤 가치를 찾아가는 종교적 영성에 관한 일
수도원은 자기 스스로 세상을 경계 밖으로 추방한 사람들이 사는 곳
건축이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절박 느껴
건축 설계는 다른 사람의 삶을 좌지 우지 하는것이라 책임감 무거워
평면도는 신밖에 볼수 없어, 타인 삶에 애정과 존경 가져야
자기를 세상 밖으로 추방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건축가여서 수도사와 같아
6세기 베네딕토 규칙에 의해 만들어진 게 수도원
교회는 건물이 아냐, 신의 부름 받아 같이 모인게 교회라서 욕심을 버려야
무학로 교회, 사찰에서도 기부 받고 첨탑, 네온사인도 없어
5월 봉헌 예배에 스님, 수녀님, 동네 유림대표들이 같이 참석해 기쁨 나눠
건축은 빈자의 미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8:55)
■ 방송일 : 2019년 6월 17일 (월요일)
■ 진 행 : 양지열 (변호사)
■ 출 연 : 승효상 (국가건축정책 위원장)



◇ 양지열>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이렇게만 말씀드려도 벌써 누구인지 아실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바로 건축가 승효상 씨입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광화문 광장 리모델링 같은 각종 국가건축 정책에도 참여하고 계신데 마침 또 책을 내셨네요. 유럽 수도원 기행을 엮은 묵상이라는 책입니다. 건축가 승효상의 눈으로 보는 수도원 기행은 어땠는지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그의 묵상은 어떤 내용이었는지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모셔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승효상> 안녕하세요.

◆ 양지열> 승효상 건축가가 아니라 제가 작가라고 소개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고민을 했습니다. 이번에 책을 몇 번째 내신 거예요?

◆ 승효상> 이런 저런 건축책까지 합하면 한 열 몇 권 됩니다.

◇ 양지열> 그럼 정말로.

◆ 승효상> 다 시덥지 않은 책입니다.

◇ 양지열> 지나친 겸양을 보여주셨는데요. 바로 제가 그러면 승 작가님, 선생님 책얘기로 들어가볼까 합니다. 제목이 묵상이에요. 제목에 딱 걸맞게 검은 톤에 아주 묵직한 두꺼운 책인데. 건축가 승효상의 수도원 순례. 묵상과 순례라는 단어까지 들어 있습니다. 이거 모두 직접 골라서 제목이 붙이신 거예요?

◆ 승효상> 고심하다가 그 단어밖에 고를 수 없어서 골랐습니다.

◇ 양지열> 그 단어밖에 쓰실 수가 없었다. 작가가 굳이 순례라는 단어를 써야 했던 이유를 말씀해 주시죠.

◆ 승효상> 순례는 기행하고 다소 좀 어감의 차이가 나죠. 순례는 어떤 가치를 먼저 설정하고 그 가치를 찾기 위해서 가는 게 순례라고 저는 임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행은 목적 없이 갈 수도 있고 가다가 뜻하지 않은 것을 만날 수 있는데. 순례는 일정 부분은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고요. 거기에서 소기의 성과를 안 내느냐는 자기의 어떤 믿음과 결심에 따라 달린 게 아닐까 싶어서 종교적 영성에 관한 일이니까 순례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 양지열> 종교적 영성과 가치라는 말씀이신데 그럼 이번에 떠나실 때 목표로 삼으셨던 가치가 어떤 거였어요?

◆ 승효상> 수도원은 보통 자기 스스로 세상을 경계 밖으로 추방한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굉장히 절박하죠. 절박한 사람들이 과연 뭐 때문에 떠났을까 하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그 절박한 사람이 사는 풍경은 과연 어떤 것인가를 알고 싶기도 하고. 혹시 제가 갖고 있는 절박을 혹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혹시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고 해서 떠났습니다.

◇ 양지열> 선생님이 갖고 계신 절박이 뭐였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승효상> 저는 건축을 하니까 제 건축이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절박이죠. 건축은 다른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게 건축 설계거든요.

◇ 양지열> 삶의 공간을.

◆ 승효상> 제가 선을 잘못 그으면 그 선에 사는 사람이 잘못된 삶을 살 수밖에 없거든요. 그 실패에 대한 불안이 항상 저를 절박하게 만들죠.

◇ 양지열> 아직도 그런 실패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계시다는 게 사실 들으면서도 그러실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선생님께서 그런 어떤 절박함이 있으셨다고 하니까. 그런데 한 가지 더 말씀하신 것 중에서 약간 의아했던 부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건축은 어떤 사람들의 삶의 공간을 꾸미는 곳인데 또 수도원이라는 곳은 그 삶의 경계 바깥에 계신 분들의 공간이라고 스스로 밝히셨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2개가 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 승효상> 건축은 제 집을 설계한 게 아니고 남의 집을 설계하는 거니까 제가 제3자적 입장을 가져야 남의 집을 잘 설계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가 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관조할 수 있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세상 속에 있으면 안 되고 세상 밖에서 세상 안을 갖다가 관찰해야 됩니다. 건축하면서 제일 먼저 그리는 도면이 평면도라고 하는 것인데 평면도라고 하면 집을 중간에서 잘라서 집을 위에서 볼 수 있는 거거든요. 그렇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신밖에 볼 수 없는 도면이죠. 그게 건축가가 지녀야 될 운명이고요. 그래서 항상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되고 애정도 있어야 되고 존경도 있어야 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3자적 입장에서 사물을 쳐다보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항상 자기를 세상 밖으로 나가게,추방해야 되는 사람이 바로 건축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양지열> 그런 면에서는 수도를 하시는 분과 건축을 하시는 분들. . .

◆ 승효상> 같습니다.

◇ 양지열> 새로운 깨달음을 주시네요. 한 번도 그렇게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 승효상> 저는 평생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양지열> 두 가지를 주신 승 선생님이 아직도 실패가 절박하시다는 것도 놀랍고 또 이렇게 세상 밖의 수도승과 같은 삶이라는 것도 새로운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이번에 다녀오신 게 며칠 동안 수도원 어디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 승효상> 사실 수도원은 오래전부터 여행을 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꾸려가고 있는 이 개인적인 그런 배움 모임이 하나 있는데요. 그게 동승학당이라는 모임인데 매년 주제를 갖고 주제별로 공부를 1년 동안 하는데 한 번은 해외로 그 공부의 현장을 가기도 합니다. 작년에 주제가 공간이라서 공간은 수도원 건축에 굉장히 잘 맞는 것 같아서 작년에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하고 같이 모여서 14일 동안 여행을 떠나는 게 그 수도원 기행이고. 그 수도원 기행을 곧잘 떠났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책을 한번 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제가 선언을 한 게 이 사단이 벌어졌습니다.

◇ 양지열> 사단이라니까요. 이게 갑자기 말씀들으면서 같이 떠나신 분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좀 다양한 인사와 함께 수도원 기행을 떠나셨다. 그런데 유럽 수도원들을 어떻게 보셨을지. 이번뿐만이 아니고 여러 번 봐오셨다고 하니까. 그러면 딱 떠오르는 게 다른 일반 교회 내지는 다른 건축물들 있지 않습니까. 유럽은. 다른 건축가들에게 많은 영감들 주고 그럴 텐데. 그런 다른 건축물하고 수도원 건축하고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 승효상> 수도는 말씀드린 대로 절박한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삶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그 공간을 어떻게 지어야 될까 하는 원칙이 원래 없었습니다. 수도라고 하는 것은 예수의 죽음 이후에 이 예수의 삶을 담기 위해서 수도사들이 세상에서 죽기 위해서 떠나면서 시작이 된 게 수도원이거든요. 그러니까 수도원이라는 형태라는 게 없었죠. 그런데 그 수도원의 형태를 만든 게 베네딕토 규칙라고 하는 게 6세기에 만들어집니다.
승효상 건축가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양지열> 수도원의 형태를 만드는. . .

◆ 승효상> 73개의 조항으로 돼 있는데 그거에 보면 수도원을 어떻게 만들라 하는 사항이 글로 다 되어 있습니다.

◇ 양지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군요.

◆ 승효상> 그렇습니다.

◇ 양지열> 어떤 내용들입니까?

◆ 승효상> 그 내용들을 보면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제가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43조항인가 그랬는데. 술에 관한 조항이었어요.

◇ 양지열> 술에 관한 조항요?

◆ 승효상> 조항을 보면 이 시대에 우리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굉장히 어려우니까 조금씩만 마시기로 하자 이런 게 있어서 저를 갖다가 아주. . . 그것과 마찬가지로 집을 지을 때는 어떻게 지으라고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대목을 그림으로 그린 옛날 문서가 셍갈랜이라는 도서관에서 발견이 됐어요. 한 번도 지어보지 못한 건데 도면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 도면으로 그 도면에 기초해서 수도원들이 건축이 본격적으로 지어집니다. 그게 보통 7세기, 8세기부터 비롯된 것이고요. 그래서 지금 수도원은 그 베네딕토 규칙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게 출발이 되었습니다.

◇ 양지열> 그러니까 술을 안 마실 수는 없지만 조금만 마시라는 얘기는 어떤 의미인지 수도사들도 이렇게 생각하셨다는 게 참. . .

◆ 승효상> 저한테 참 위로가 되는. . .

◇ 양지열> 마찬가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책의 문구 하나 제가 읽어볼까 합니다. 그랑디샤르트의 순방에서 쓴 문구라고 하는데. 우리의 가장 목표와 소명은 이 안에 침묵과 고독 속에 머무는 것이다, 그런 문장이 있습니다. 이게 지금까지 설명해 주신 수도원이라는 격리된 공간. 세상으로부터 떠난 분들의 공간과 참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이걸 담아낸, 쓰신 이것도 그런 것일까요?

◆ 승효상> 그 수도원은 지금까지도 외부에 공개가 되지 않은 수도원입니다. 그 당시 샤르트레지라는 건 사실 우리 말로는 봉쇄 수도원 이런 말로 우리나라에 두 군데가 있습니다. 그 수도원에 정말 가보면 이 기록원이 박물관에 하나 있는데 박물관에 보면 그 당시 그랸샤르뜨리제 수도원의 세계적 분포가 있는데. 아시아 지역에는 우리나라에는 2개밖에 없어요. 우리나라도 참 대단한 나라입니다. 그 수도원은 수도원의 종류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영어로는 크로이스토어와 모나스트리라고 있는데 똑같이 수도원으로 해석을 하지만 발생하는 기원이 다릅니다. 모나스트리는 자기 혼자 독방에 평생 자기를 가두고 수도하는 곳이 모나스트리고요. 소위 봉쇄수도원이라고 얘기합니다. 그게 이제 그랑샤르뜨가 시조가 된 셈이고요.

◇ 양지열> 그래서 일반인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 승효상> 그 전에 있었던 수도원은 모든 수도사들이 같이 모여서 자는 봉주수도원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랑 사르뜨르제가 그것인데 그 수도원은 지금까지도 공개 안 하는데 얼마 전에 필립 그레고인이라는 영화감독이 수도원을 찍고 싶어서 청을 하니까 16년 만에 답이 왔습니다.

◇ 양지열> 16년 만에. . .

◆ 승효상> 찍고 싶으면 와도 되는데 혼자 오라고 하는 답이었는데 그래서 찍어서 나온 영화가 위대한 침묵이라고 하는 영화였습니다.

◇ 양지열> 그럼 그 영화를 보면 저희도 그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겠네요.

◆ 승효상> 그 영화가 2시간 47분 러닝 타임인데 대화가 없습니다.

◇ 양지열> 그럼 어떻게 영화가 진행이. . .

◆ 승효상> 그 영화의 표지에 보면 침묵을 지킬 때 언어가 생긴다고 얘기했습니다.

◇ 양지열> 이게 선생님 이번에 내신 묵상과 약간 일맥상통하는 그런 얘기네요.

◆ 승효상> 저는 그 영화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고 그 영화가 한국에 초연될 때 제가 시사회에서 해설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 양지열> 그렇군요. 참고로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말씀을 다시 드리면 2005년에 개봉된 위대한 침묵이라는 영화입니다. 그곳 말고 그러면 이번에 다녀오신 곳 중에서 좀 기억에 남는 수도원 한 군데 더 꼽아주신다면 어디가 있을까요?

◆ 승효상> 20세기 최고의 건축가였던 르 꼬르비제라고 하는 사람이 설계한 건축이 라뚤레뜨수도원이라고 있습니다. 레옹 근처에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20세기 최고의 현대 건축가. 그렇게 생각하고 저는 엄청나게 많이 그 건축을통해서 배웠습니다. 그런데 라뚤레뜨수도원을 설계를 하면서 오르비제라는 사람이 참조로 한 수도원이 13세기의 남프로방스 지역에 지어진 르 또로네라는 수도원이 있습니다. 지금은 폐허가 된 곳이고 일부만 이제 쓰고 있는 곳인데. 그러니까 르꼬르지베라고 하는 천재적 거장이 13세기에 지어진 그 건축을 보고 굴복해서 그것을 본따서 지은 게 라뚤레뜨라는 수도원입니다. 이 두 수도원의 관계를 살펴보면 세상의 진리 앞에서 굴복하는 게 얼마큼 자기 개인의 평화와 승리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참 잘 알 수 있는 그런 교본이 아닐까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서 <묵상> 승효상 지음 (사진=돌베개 제공)

◇ 양지열> 그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에 얽힌 사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명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제가 이 시점에서 갑자기 다른 걸 여쭤봐야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런 어떤 유럽의 수도원들 말씀해 주시고 좋은 영성을 느끼셨다고 하니까 우리나라에는 없을까?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교회 건축에서는 이런 걸 찾을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데. 선생님께서 경북 경산의 하양 무학로교회 이거를 설계하셨다면서요. 그러면서 정말 교회다운 교회를 건축해 보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그 건축에 이런 어떤 느끼신 거 그 전에 지금 말씀하셨던 것들이 담겨 있는 걸까요?


◆ 승효상> 사실 교회라고 하는 것은 건물이 아니거든요. 교회라고 하는 것은 어원을 따져보면 에끌레셔라고 하는 라틴어인데 폴링 아웃, 부름을 받았다는 겁니다. 세속에서 신의 부름을 받아서 같이 모인 곳이 교회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세속에서 떠났다고 하는 거니까 욕심과 욕정과 욕심을 버리라고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모인 사람들이 모인 건물이라고 그러면 군더더기나 장식이나 부질없는 것을 다 버리고 만날 수 있는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교회가 아닐까 생각을 하는 거죠. 그래서 지은 게 하양 무학로교회인데 마침 그 교회는 돈이 없어서 아주 간단히 지을 수밖에 없어서 오히려 거기에서 교회의 본질을 더 나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양지열> 그래서 그럴까요? 이번에 첨탑, 네온사인, 십자가 이런 거 하나도 없이 지으셨다면서요?

◆ 승효상> 그건 돈이 없어서 안 만든 게 아니고 그거는 표식이니까 그런 것은 교회 본질하고 관계가 없는 거니까.

◇ 양지열> 말씀하신 것처럼 세속을 떠나는. 교회 본질인 거고. 그런데 돈이 없다는 얘기를 하시니까 그러니까 기부도 많이 받으시고 인근에 벽돌 공장에서 지원도 받고 이 주변의 사찰에서도 기부를. . .

◆ 승효상> 그래서 사찰에서도 몇 백만 원씩 기부를 하고요. 특히 지난달에 봉헌 예배를 올렸는데 같이 모인 사람들이 스님, 수녀님, 신부님 그 동네 유림 대표들 각 종교단체들의 대표들이 모여서 같이 예배를 드렸는데 세상에 그런 일이 우리나라에 일어나는지 저도 처음 봤습니다. 그게 겸허하고 종교적 그런 어떤 본질의 풍경이 아닌가 생각해서 전부 다 기뻐하고 전부 다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현재 몸담고 있는 종교와 관계 없이 세상 밖으로 신 앞에 부름을 받고 나온 사람들이 모였다라고.

◆ 승효상> 종교의 본질은 다 같은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얘기합니다.

◇ 양지열> 그렇습니다. 저희 이제 오늘 인터뷰도 슬슬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데 이 마무리할 때 책 말미에 질문을 하나 던지셨더라고요. 진리가 무엇이냐 그러면서 스스로 건축을 수단으로 진리를 찾으라는 자라는 얘기를 하셨어요. 아까는 실패가 두렵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그럼 찾으라는 진리는 무엇일까요?

◆ 승효상> 당연하죠. 못 찾았죠.

◇ 양지열> 못 찾으셨지만 뭔가 찾고 싶은 게. . .

◆ 승효상> 찾아야죠. 저는 건축을 하면서 빈자의 미학이라고하는 말을 꺼내고 그 안에 저를 가뒀습니다. 빈자의 미학이라고 하면 설명하기는 긴데. 서로 절제하고 남하고 나누는 삶 건축을 하자는 게 빈자의 미학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그 안에서 저를 가뒀기 때문에 그건 제가 건축을 하는 방법상의 진리입니다. 그 안에서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했으니까 저는 자유롭고요. 그 밖을 또 떠나면 그 밖으로 떠나면 저는 불안하죠.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훌륭한 건축 진리를 찾아야 되는데 건축 진리를 넘어서 삶의 진리를 찾아야 되는데 당연히 못 찾아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 양지열> 방황하신다고 하셨지만 이게 오히려 지금 청취자 분들이나 책을 통해서 또 길을 한편으로서 이끌어주고 계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으셨다고 할까요?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먼저 간 길에 이런 부분을 좀 읽어봐달라 그런 말씀주실 수 있을까요?

◆ 승효상> 우리 사회가 지금 삶이 너무 각박합니다. 여러 가지가 굉장히 치열하고 굉장히 분쟁도 많고 대결도 많은데. 저는 이 시대가 제일 부족한 게 영성이 아닐까 싶어요. 옛날에 우리가 살던 시대에는 영성이 굉장히 많았어요. 쉽게 말씀드리면 집마다 사당도 있고 집 주위에는 무덤도 있고 항상 죽음과 마주하니까 항상 자기를 성찰하는 시간이 항상 있거든요.

◇ 양지열> 돌아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 승효상> 그런데 지금 보면 종교 시설은 상업시설보다 더한 꼴로 변한지 오래 됐고 무덤은 다 쫓아, 부동산 가치되면 다 쫓아버렸고. 그러니까 다 시끄럽고 번잡한 것만 우리 주변에 있어서 우리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죠. 도시는 번잡한 곳만 있는 곳이 아니라 경건한 곳이 있어야 도시가 지속이 된다고 그랬습니다. 해외의 도시들은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일본 도시 내에 무덤들이 다 있어요.

◇ 양지열> 공동묘지가 있죠.

◆ 승효상> 그런데 우리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공동묘지는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이 아니거든요. 죽은 자는 이미 공동묘지에 없습니다, 실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죽은 자를 기회로 삼아서 우리 스스로 성찰하는 그런 풍경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전부 쫓아버리고 그래서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게 영성이 아닐까 해서 이 책은 저한테 필요한 거지만, 즉 제 주변에도 혹시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쓰게 된 계기가 되었고요.

◇ 양지열> 세상을 떠난 분들이라고 하셨지만 세상 안으로 다시 끌어들여야 될 시점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승효상> 감사습니다.

◇ 양지열> 지금까지 국가건축정책 위원장을 맡고 계신 승효상 건축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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