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소수정당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총선 전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 앞으로 상황이 반전될 여지는 남아 있다.
◇ "따라갈 사람 1명도 없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7일 "분열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날 신당 공동대표로 추대된 뒤 탈당한 홍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저희는 다 함께 뭉쳐야 하고 그 중심은 한국당이 되도록 저희부터 노력하고 자유우파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함께 뭉치는 것이 필요하다"며 추가 탈당 가능성을 경계했다.
당내 초·재선 20여명이 모인 '통합과 전진'은 탈당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까지 냈다. 이 모임 소속 강석진·김도읍·김정재·민경욱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와 "홍 의원은 더 이상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과 행동을 삼가길 바란다"고 몰아붙였다.
또 당초 홍 의원에 이어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됐던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강성 친박 세력까지 외면하는 모습이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의명분도 가치도 없이 사지(死地)에 함께 하자는 건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라며 외려 홍 의원을 저격했다. 김진태·정태옥 의원도 일찌감치 탈당설을 부인한 상황이다.
성일종 의원의 경우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공천 탈락 후 따라 나갈 현역 의원이 있냐는 질문에 "1명도 없을 거라고 본다"며 당내 싸늘한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무소속 의원들도 동요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 홍 의원이 애국당을 중심으로 구상한다는 '빅텐트론'은 일단 '찻잔 속 태풍'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떤 당이든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다"며 "가장 어렵고 힘든 호남에서 무소속으로 다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보겠다"고 강조했다. 서청원 의원 측 관계자도 "우리는 아직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일축했다.
◇ 변수는 공천·선거제·朴사면
일단 한국당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면 지역구에서 낙천한 의원들이 '새집'을 찾아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이(명박)계'로부터 이른바 '공천학살'을 당했던 친박계가 서청원 의원을 중심으로 '친박연대'를 만들어 14석을 따냈던 사례가 비견된다.
홍 의원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영남 지방에서는 한국당 공천보다는 태극기신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민심의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며 "서울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결국은 '애국시민 손에 공천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이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개편안에 담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총선 전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존 거대양당에 비해 소수정당이 약진할 토대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신당이 지역구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지역별 정당득표를 모아 다수의 비례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원로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행법으로 하더라도 비례대표가 상당수 당선될 수 있기 때문에 (신당이) 최소한 20석, 원내 교섭단체는 구성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면서 "패스트트랙이 통과된다고 하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TK 지역의 한 한국당 의원은 "비례의석을 얻기 위해서는 3%의 정당득표율을 얻어야 하는데 지금 애국당의 지지율을 보면 무리가 아니냐"며 "또 박근혜냐. 보수우파가 동정론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긴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