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스트롯' 숙행 "무대에서 오래오래 빛나고 싶다"

최근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가수 숙행(본명 한숙행)은 "데뷔곡 '0순위'를 발표한 지 9년 만에 노래 제목처럼 방송과 행사 섭외 '0순위'가 됐다"면서 활짝 웃었다.

"감사하게도 행사 횟수가 2배 정도 늘었어요. 물론 페이도 조금 올랐고요. (미소). 요즘엔 길거리에서도 많이들 알아봐 주세요. 얼마 전에는 매니저 분이 보디가드로 변신해 절 보호해줬을 정도로 많은 분이 한꺼번에 몰린 적도 있었죠. 전 푼수처럼 '웬일이야. 여러분 저 떴나 봐요' 하면서 웃었고요"

지난달 종영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 출연이 인기 급상승의 계기가 됐다. 숙행은 종편 사상 최고 예능 시청률을 찍었을 정도로 화제성이 높았던 '미스트롯'에서 솔직한 매력과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뽐내며 최종 순위 6위를 차지,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처음에는 시청자 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어요. 저는 원래 뭐든지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들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가면 갈수록 제 성격이 원래 솔직하고 털털하다는 걸 많은 분이 알아주셨어요. 진심이 통한 것 같아요"

'도전을 즐기는 캐릭터'인 숙행은 '미스트롯' 역시 즐기는 자세로 임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히든싱어' 백지영·소찬휘 편과 '트로트엑스'에 나간 경험이 있어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경험해본 분들은 대부분 '절대 다시 못 나간다' '그 힘든 걸 어떻게 또 하냐'고들 하시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재도전을 택했죠. 아직까지도 제 안에 열정이 남아있나 봐요"

비록 파이널 무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즐기는 자세로 임했기에 후회는 없다. "방송 때도 말씀드렸지만, 6위도 잘 한 거라고 생각하기에 만족하고 있어요. 또 전 아무래도 오래 활동을 한 가수이니까, 저보다는 동생들이 파이널 무대에 오르는 기회를 잡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숙행은 '미스트롯'을 통해 자신의 인기가 높아졌을뿐더러 트로트계에 새로운 활력이 생긴 것 같아 좋다고 했다. "어르신 분들의 숨은 열정을 '미스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이 타이밍 좋게 건드린 것 같아요. '트로트계의 프로듀스101'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잖아요. 덕분에 '트로트 붐'이 일어난 것 같아 기뻐요. 주현미 선배님이 가요차트를 휩쓸었을 때처럼 트로트가 세대 불문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미스트롯'으로 반전을 이뤄낸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숙행 역시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숙행은 "한때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제일 잘 나간다'는 뜻을 지닌 '젤나'로 활동명을 변경할까도 고민한 적도 있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기름 값이 없어서 애를 먹었던 기억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제는 힘든 시기를 돌아보며 웃음 지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위해 신곡 발표도 준비 중이다. "'당돌한 여자'를 작곡한 임강현 작곡가님이 저를 위해 곡을 써주고 계세요. 이렇게 유명한 분께 곡을 받는 것은 처음인데, (장)윤정이가 도움을 준 덕분에 성사된 일이에요. '진짜 좋은 곡 하나 받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작곡가님을 직접 소개시켜주더라고요. 저도 더 잘 되어서 윤정이처럼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미스트롯' 전국 투어와 신곡 준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숙행. 인터뷰 말미 그는 마치 2002년 월드컵 때 조별예선을 통과한 뒤 "아직 배고프다"고 했던 히딩크 감독처럼 "아직 더 끓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대 생활을 19년 했고, 성인 가요를 9년 했어요. 그동안 뚝배기처럼 끓어올랐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더 끓고 싶어요. 식더라도 서서히 식고 싶고요. 무대에서 오래오래 빛날 수 있도록 열심히 달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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