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에 맞선다며 개 사료를 집어 든 주인공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움찔한다. 지지자들은 속 시원하게 여긴다지만 과격성에 고개를 돌리는 이도 있다. 하지만 작은 실천은 세상을 바꾸는 씨앗이 된다는 소신은 함부로 말하기 힘들다. 인터넷에서 '둥글이'로 잘 알려진 전북 군산지역 시민운동가 박성수(45)씨. 그가 이달 말 책 <둥글이, 싸움의 철학>을 출간한다. 과거 박근혜 정권 비판 전단을 뿌리다 수감된 그가 교도소에서 출판사 관계자를 만나는 인연으로 집필은 시작됐다고 한다.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지금은 대법원 재판을 앞둔 상황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을 낸 까닭은?
군부 독재 망령이 촛불 혁명을 통해 바뀌었지만, 아직도 과도기 상태인 것 같아요. 뭔가 이 시대에 다른 식의 사고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왜 사람들이 서로 싸울까. 내면의 성찰과 내적 투쟁은 부족하고 원인을 밖에서만 찾는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책을 냈습니다.
▶책 내용은 뭔가.
집단적인 정서가 있어요. 한국 사회에 정작 싸울 때 나서지 않고 사람들 눈치만 보는 행태가 많죠. 어떻게 싸울 수 있을까. 내적·외적 투쟁을 정리해서 쓴 건데 동서양 철학을 거론한 제 인생 이야기를 나름대로 정리했습니다.
▶개 사료를 많이 던진 것 같다.
70~80년대는 목숨 걸고 투쟁하는 분위기였잖아요. 제가 큰 집단도 아니고 개인이니까 아무래도 퍼포먼스를 통해서 문제를 환기시킬 필요성이 있어서 개사료를 던지기 시작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당시 대검찰청 입구에다 개똥을 던졌어요. 바로 경찰서 유치장으로 끌려갔고 구속영장까지 발부됐는데 여론이 안 좋아서 풀려났죠. 나중에 건조물 침입죄로 벌금 150만원이 부과됐는데 낼 돈이 없어서 군산교도소에서 15일 동안 노역을 살았어요.
▶밖에서는 가볍게 보는 시선도 있다.
항상 긴장합니다. 분노와 증오에 휩쓸리지 말자는 취지인데, 남들이 보면 웃기겠지만 개인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아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만 전과 10범이 생겼어요. 개사료를 던지다 다시 돌아올 수 없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죠.
▶지금도 소송 중인가?
지금 진행 중인 소송은 4개 정도 됩니다. 그중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진에 개 입마개를 붙인 퍼포먼스를 했는데, 김 의원 측에서 모욕죄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어요.
▶최근 전북을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개 사료를 던지려다 저지당했다. 왜 그랬나?
야당 대표다 보니까 경계가 심해서 개 사료를 던지지 못했어요. 5·18정신을 훼손하는 정치인을 향해 전라도가 '호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는 반발심이 있었어요.
▶요즘 관심은 뭔가.
경북 성주 소성리 싸드(THAAD) 반대 집회 현장을 자주 다닙니다. 지금은 소강상태인데 또 언제 터질지 몰라요. 또 매달 군산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생계는 어떻게 하나.
재판이 많아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환경 운동하니까 집에 냉장고, 세탁기, 자가용이 없어서 돈 쓸 일이 많지는 않은데 조금씩 필요한 건 알바를 하면서 충당해요.
▶언제부터 사회 운동에 관심이 생겼나?
군산상고와 목포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복지시설에서 장애인분들 보살피면서 2000시간 넘게 자원 활동을 했어요. 하지만 국가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2002년부터 사회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목표가 있다면.
오래전부터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지구를 구하자'라는 전단을 나눠주면서 환경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전국 240개 자치단체 중 190개 정도 다녔어요. 80세까지 환경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