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부산지역 곳곳에서 방진시설조차 없이 이뤄지는 FRP 수리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봤다.
◇ FRP 선박 수리 현장…'미세 플라스틱' 무방비 상태로 노출
부산 강서구의 한 선박 수리 업체. 천막 아래 그늘에서 인부 2명이 어선으로 추정되는 소형 FRP 선박에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다.
선박 옆에는 어선을 연마할 때 쓰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라인더 10여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작업 현장에는 주변에서 발생한 먼지를 처리하는 소형 집진기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수리작업에서 발생한 먼지와 가루를 모두 처리하기엔 무리인 듯, 바닥에는 하얀 가루가 쌓여 있다.
부산 강서구나 사하구 등 항·포구 주변에서는 FRP 선박을 수리하는 현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공이 쉬워 그라인더 등 간단한 장비만 가지고도 손쉽게 수리나 정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박 표면을 연마하거나 절단할 때 발생하는 이 먼지가 환경은 물론 인체에도 유해하다는 점이다.
선박 재질로 쓰인 FRP는 유리섬유를 본드로 겹겹이 붙여 만든 플라스틱이다.
그라인더 등을 이용해 이를 연마하면 유리섬유와 본드 성분이 먼지 형태로 곳곳에 날리게 된다.
미세 플라스틱이 무방비 상태로 대기 중에 흩어지는 셈이다.
중소조선연구원 진송한 본부장은 "FRP는 미세한 유리 섬유를 본드로 겹겹이 붙여 만든 재질이기 때문에 자르거나 연마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한다"라며 "집진 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이 미세 플라스틱이 분진 형태로 날리며 작업자는 물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집진 시설 부족', '공터에서 작업' 비일비재…구청은 "단속 권한 없다" 방관
하지만 영세한 업자들은 작업 규모에 맞는 시설을 갖추지 않고 사업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 강서구나 경남 진해 등지에서는 신고조차 하지 않은 업자나 개인이 별다른 방진 시설이 없는 공터에서 FRP 선박을 연마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작은 항·포구가 있는 마을에서는 작은 선박을 뭍에 올려 간단히 수리하는 영세한 작업장이 많다"라며 "낚싯배 등이 오가는 지역 주변 공터 등에서 주인이 소형 보트 등을 간단히 수리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관할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은 이 같은 FRP 선박 수리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은커녕 제대로 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비산먼지가 발생하는 선박제조업의 경우 신고 대상 업체로 구청이 관리하고 있지만, 수선업의 경우 의무적인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사하구청이 집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현장을 한 차례 적발한 것을 제외하면 관할 지자체에서 이 같은 FRP 선박 수리 현장을 단속하고 조치한 경우는 전무한 상황이다.
부산 강서구청 관계자는 "먼지로 인해 주변 민원이 발생하면 행정지도를 하는 등 조치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신고 대상 사업이 아니다 보니 단속 근거나 기준이 없다"라며 "신고하지 않은 모든 사업장을 파악해 관리·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인체에 유해한 FRP 섬유가 가루 형태로 흩날리는 상황에서도 이에 대한 관리·감독에는 구멍이 난 셈이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