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핵담판'…北 내부문건 진위·의중 논란

장교용 '학습제강' 배포…"협상 결과가 무엇이든 핵무력 더욱 공고히"
대내·대외용 메시지 구분했을 가능성…과거에도 비슷한 문건 유출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군 간부들에게 협상 전략을 설명한 내용으로 알려진 '강습제강'의 성격과 진위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소리방송(VOA)은 북한 조선노동당출판사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대외비 문건인 강습제강을 입수했다면서 이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의 목적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거듭 분명히 했다고 17일 보도했다.

강습제강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금 미국 놈들이 우리의 핵전력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어떻게 하나 우리에게서 핵무기를 빼앗아내려고 다음 단계의 협상을 하자고 수작을 걸어왔는데,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 대통령과의 최후의 핵담판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결정될 미국과의 핵담판의 결과가 무엇이든 그것은 우리가 만난신고를 다 극복하면서 만들어낸 핵무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세계적인 핵전력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최후의 결과를 얻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지시했다.

이 내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미국과의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어떠한 경우에도 핵무력 포기는 없다는 뜻으로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다.

향후 협상에서 설령 미국에 양보하거나 굴복하는 듯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는 핵보유국이라는 '최후의 결과'를 얻기 위한 전술적 차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동요하지 말라는 지침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내용 분석을 위해서는 먼저 북한이 내부통제를 위해 대내용과 대외용 메시지를 구분해온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번 강습제강을 100% 김 위원장의 의중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오히려 "미국과의 핵담판의 결과가 무엇이든"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결정하는데 따른 북한 내부 충격에 대한 사전 완충작업으로 보인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인 지난 3월 15일 평양주재 외교관들에게 "우리 군대와 군수공업부문은 우리가 절대로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 수천통의 청원편지를 올리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맥락이 닿아있다.

이번 강습제강의 배포 대상이 장령(장성)과 군관(장교)이며, 지난해 12월 둘째 주까지 대대급 이상 단위에서 강습(강연)이 이뤄졌다는 점도 이 자료의 성격을 판단하는 데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배포 및 강습 대상이 비교적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보완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북한 지도부의 진의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문건이 과연 실재하는지 여부도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았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보도 내용에 대해 당국에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문건의 진위 여부는 좀 더 파악을 하고 알려드릴 사항이 있으면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과거에도 '학습제강'이라는 비슷한 명칭의 문건이 북한 외부로 유출됐다는 보도가 몇차례 이뤄졌다.

당시 문건들은 북핵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기 때문에 미국이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하거나,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전쟁 대비태세를 촉구하는 등 북한 지도부의 허장성세나 주민통제용 과민반응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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