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홍영선> '제로페이'에 대한 얘기 가지고 나왔습니다. 정부가 주도해서 출시한 모바일 간편 결제서비스죠. 지난해 12월 시범운영을 거쳐서 올해 3월부터 본격 시행됐으니까 거의 6개월째 접어들고 있고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제로페이를 사용하고 있는지 소비자 입장에서 그리고 소상공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홍영선> 네 먼저 올해 1분기(1~3월) 결제액을 좀 보면, 은행권의 제로페이 결제 건수는 6만 1790건, 결제액은 13억 6000여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한 달에 2만건, 4억 5000만원 정도가 결제된 셈인 건데요. 이게 어느 정도인지 국내 개인 카드와 비교해보면요. 지난 1~2월 국내 개인카드(신용, 체크, 선불) 월평균 결제 건수가 14억 8500만건, 결제 금액이 54조 7000억원이었습니다. 전체 카드의 0.001% 수준에 불과한 거죠.
아직 2분기 자료는 집계가 안되어서 중소기업벤처부에 물어봤는데요. 지난 10일 기준으로 누적 결제액은 100억 3000만원, 결제건수는 59만건, 가맹건수는 24만 1000곳으로, 전보다는 부쩍 늘어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요. 5월 일평균 결제건수는 6900건, 결제액은 1억 3600만원으로 일평균 결제건수와 결제액은 4월과 거의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임미현> 통계상 자료가 이렇고요. 실제로 주위에 제로페이 이용해 본 사람이 있나요? 아 홍기자는 이용해봤나요?
◆ 홍영선> 사실 저희 코너에서도 제로페이 출시되기 전에 취재도 하고 기사화한 적이 있어서 한 번 써봐야지 했었는데요. 저조차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시장과 편의점 등에서 써봤습니다.
◇ 임미현> 제로페이 가맹점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나요?
◆ 홍영선> 네 생각보다 쉽게 가맹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 주 금요일(14일) 서울 종로에 있는 편의점과 전통시장에 갔었는데요. 편의점은 3곳 가운데 1곳 정도가 아직 가입이 안된 정도 였고요. 젊은 층이 많이 다니는 편의점에선 한 달에 이용자가 5명 수준이라고 답했습니다.
시장에서도 의외로 가맹점이 많더라고요. 카페, 과일 가게, 신발 가게 등도 가맹점 스티커를 붙였고 실제로도 사용이 됐습니다. 그런데 거의 제가 제로페이로 결제한 게 처음이라고 하셨고요. 자발적으로 가맹점이 된 게 아니라 시청 등에서 나와 상인회에 몇 퍼센트 정도는 꼭 가맹점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압박을 해서 했다는 이야기들을 하더라고요.
◆ 홍영선> 네 그러다보니 가맹점이긴 한데 제로페이를 어떻게 결제하는지 모르는 분들도 있었고요. 특히 시장 상인 분들은 고령층이 많잖아요. 그렇다보니 설치를 해줘서 하긴 했는데, 어떻게 쓰는 지 모른다거나 안 해보셨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40대 한 상인입니다.
"여기 시장 상인 할머니들 대부분이 제로페이 앱 깔지도 못해요. 스마트폰 사용도 서투르신데요. 어떻게 이걸 할 수 있겠어요. 계좌이체 할 때도 도와달라고 하시는데요. 처음에야 시청에서 나와서 설치해주고 도와주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뿐이잖아요.
또 재래시장 상인들은 주로 현금 결제하고 선호하는데 제로페이는 결제하면 3일 후에 들어와요. 당연히 바로 통장 입금되는 게 좋죠. 카드는 빠르면 수수료 조금 떼지만 바로 통장 입금되는데... 물론 수수료 0원인 게 좋긴 하지만 그것도 이용자가 많아야 기쁜 거지, 지금 같아선 바보 같은 짓이라고 봐요. 그래서 난 작년부터 불필요하다고 했는데 하도 공무원들이 오고 안쓰러워서 1월에 한 거에요."
◇ 임미현> 아직 이용자들이 너무 적어서 소상공인 입장에선 혜택을 느끼기가 어렵고, 조작하기도 어렵다는 거군요. 소비자들 입장에선 어떨까요? 홍기자가 직접 써봤다고요?
◆ 홍영선> 우선 두 가지 방법이 있더라고요. 하나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방법과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먼저 은행 앱을 통해서 사용하려고 했는데, 포기할 뻔 했습니다.
◇ 임미현> 어려웠나요?
◆ 홍영선> 어렵진 않았고요. 처음 진입 장벽이 높다고 해야할까요? 솔직히 좀 귀찮았습니다. 우선 은행 앱을 연 뒤 1차로 공인인증서 비밀 번호를 넣어서 로그인을 합니다. 그럼 제로페이 표시가 돼 있는 곳을 눌러요. 이번엔 2차로 서비스를 가입해달라고 팝업창이 뜹니다. 인증 절차를 거쳐서 가입을 하는데 여기서 우선 포기할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3차로 약관 동의한 뒤에 카드형 일회용 비밀번호인 OTP 번호를 치고요. 큐알코드를 인식 한 뒤 결제 금액을 쳐야 합니다. 여기서 또 비밀 번호를 누르는데요. 살짝 지치더라고요. 이렇게 결제가 됐다고 뜨면, 자영업자 분이 제로페이 앱을 통해서 결제가 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결제부터는 좀 더 수월했고요.
◇ 임미현> 다른 방식은 좀 편했나요?
◆ 홍영선> 저는 네이버페이를 자주 써서 계좌를 등록해놨더니 제로페이 결제는 아주 쉽게 됐습니다. 네이버 검색 창에서 바로 큐알코드를 누른 뒤 찍고 동의만 선택했더니 결제가 쉽게 되더라고요.
◇ 임미현> 처음 가입에서 진입 장벽이 있었지만, 사실 큐알코드 찍는 방식은 상당히 쉽군요. 근데 왜 이렇게 확산이 안될까요?
그래서 정부는 지난 달부터 서울대공원, 서울식물원 등 총 85개의 공공시설에 대해 할인 혜택을 넓혔고요.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소득공제 40%를 해준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통과가 안됐고요. 신용카드가 소득공제 15%, 체크카드가 30%인 것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공제가 많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소득의 25% 이상 결제를 해야지 이 정도 수준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보면 혜택이 큰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연봉이 4000만원인 사람이 제로페이로 1000만원을 넘게 썼을 경우에만 소득공제 40%를 받을 수 있는 거죠.
대학생 신지윤(23) 최수진(23)씨입니다.
"한 번도 써본 적 없어요. 그런데 광고를 봤고, 요즘 네이버 예약 등에서 제로페이 마크 있어서 봤어요. 혜택 등이 좋다고 하면 써볼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은 꼭 써야겠다는 생각은 안들어요. 신용카드나 카카오페이처럼 잘 돼 있는 게 많으니까 굳이 이걸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어요."
◇ 임미현> 홍기자가 직접 들어본 바로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들 반응이 썩 좋진 않네요. 어떻게 보면 좀 냉담할 정도인데, 이런 상황에서 추경에 제로페이 76억 얘기가 나오고 중소기업부 등이 경품 잔치 광고를 하면서 더 여론이 나빠졌다고요.
◆ 홍영선> 중기부는 제로페이 조기 정착을 위한 추가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단말기 지원과 홍보, 마케팅 사업 등에 76억원을 더 써야 한다는 건데요. 이미 올해 예산에 60억원이 편성됐는데, 이 예산으로는 25만개 점포에만 지원이 가능하고, 더 추가 예산을 들여야 연말까지 총 50만개 점포에 제로페이 보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더라고요.
또 중기부는 '제로페이 쓰고 뉴욕가자'라는 이벤트를 통해 뉴욕 왕복항공권과 온누리상품권 등을 지급한다고 했는데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왜 세금으로 정부가 생색을 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세금이 아니라 기업의 지원을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중기부 관계자입니다.
"경품 이벤트를 할 때 여행상품 등에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CJ가 저희 부랑 상생 협력을 해온 탓에 소상공인 지원을 해주겠다고 해서 5억 정도를 지원 받아서 여러가지 용도로 쓰고 있고 이 경품도 그 지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 임미현> 왜 정부가 이렇게까지 제로페이를 밀어붙이나,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선 대권 행보 아니냐는 정치적 분석도 나오고요.
◆ 홍영선> 네 지급 결제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정부가 신용카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개입한 것부터 삐걱대기 시작했고, 그 부작용을 해결하려고 개입하지만 계속해서 문제가 생기는 격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입니다.
"정부가 신용카드에 여러가지 규제를 집어 넣으면서 시장 실패가 발생했습니다. 가맹점이 카드를 받을지 말지는 카드사와 협상을 해야하는데, 카드 의무수납제 등으로 반드시 받아야 하니까 카드사는 가맹점을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됐죠. 가맹점 입장에서 볼 때 지급 결제 시장에서 신용카드로 인한 시장 실패가 발생 된 거죠. 그래서 시장 실패 부작용을 축소하려고 수수료를 낮춰주겠다고 개입하고 있는 거죠.
또 다른 한축에서는 중기부 중심으로 다른 수단(제로페이)을 제시한 거에요. 이미 시장 실패가 발생한 쪽에서 제로페이 혼자 성공을 못하니, 거기에 힘을 실어주려고 또 개입한 거죠.
하나만 볼게 아니라 지급 결제 시장이라는 전체를 놓고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정부도 발을 뺄 수 있도록 시장이 돌아가게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거죠. 금융위는 카드 수수료만 관심을 가지고, 중기부와 서울시는 제로페이만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고요. 지급 결제 시장 문제를 해결할 컨트롤타워가 없는 점도 답답한 부분입니다."
◆ 홍영선> 결제 시스템이란 게, 편리하고 혜택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이용자가 늘어날 텐데 신용카드 때부터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했고 이게 지금 제로페이까지 이어진 셈인데요.
정부는 제로페이를 미래의 결제 수단이라고 여기면서 성공시키겠다는 입장이고요. 이용자들은 아직은 좀 냉랭하고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세금만 낭비될 수 있는데 그렇게는 안 되길 바라겠습니다.
◇ 임미현>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홍영선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