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에 이어 16일에도 10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 등 홍콩 매체들은 홈페이지에서 시위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인터뷰를 통해 시위 참여를 꺼려하는 홍콩인들이 왜 이번 시위에 이처럼 적극 나서는지를 집중 탐구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시위는 아기 엄마부터 중·고등학생, 청년층, 직장인, 은퇴자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 명실상부 ‘모든 홍콩인’들이 참여한 집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SCMP와 인터뷰에서 유독 많이 등장하는 사람들은 유모차를 끌고 나오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들이었다.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웡씨는 7개월 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시위에 참석했다. 웡씨는 자신의 아이가 바로 시위에 나온 이유라며 “제 아기가 자유를 누릴 수 있고 두려움 속에 살 필요가 없는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고 말했다.
2살 아이를 데리고 시위에 참석한 샐리 츠씨는 “젊은이들이 이미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데 어떻게 어머니들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람 장관이 “어머니는 버릇없는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다”며 시위대를 ‘버릇없는 아이’에, 자신을 어머니에 비유한 것을 두고 “젊은이들에게 고무총을 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자지간인 리와이포(80)씨와 애런 리(30)씨는 지난 주 일요일과 이번 집회를 제외하고는 이런 시위에 참석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리와이포씨는 캐리 람 장관이 정말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람 장관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카톨릭교도나 기독교도들은 일요일을 맞아 집회장소에서 예배를 마치고 행진에 참여하기도 했다. 카톨릭 교도 수백명은 이날 카톨릭 홍콩 교구 샤즈청 요셉 주교가 주최한 빅토리아 파크 일요 예배에 참석한 뒤 정부 청사까지 행진에 참여했다. 프란시스코회 소속의 루시 수녀는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식수와 필요한 물건들을 제공했다. 루시 수녀는 “우리 기독교인들은 목소리를 내야 할 의무가 있고 도시의 가장 어두운 시간에 희망을 주기 위해 찬송가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신자인 찬푸잉(40)은 “정치는 우리의 생활과 분리될 수 없고 우리의 삶은 우리의 믿음과 분리될 수 없다”며 시위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캐리 람 장관의 중학교 동기들도 시위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람 장관의 모교인 홍콩의 세인트 프란시스 캐노시안 칼리지 동문 40여명은 시위에 참석해 자신들의 동창인 람 장관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고 장관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호치콴(67)씨는 “람이 ‘사랑의 진리에 따라 살아라’는 우리 학교의 원칙을 배반하고 비무장의 학생들을 탄압해 손에 피를 묻혔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