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미 양국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톱다운' 형식의 비핵화 협상에서 벗어나 실무협상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동시에 강조하고 나서 북한이 실무협상에 응할지가 핵심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9~30일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 전에 방한해 정상회담 의제 논의와 함께 대북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3개국 국빈방문 과정에서'오슬로 구상'과 '스톡홀름 제안'을 통해 북한을 향해 대화의 장에 복귀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 발언 중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15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북미 간의 구체적인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사전에 실무협상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실무협상을 토대로 양 정상간 회담이 이뤄져야 하노이 2차 정상회담처럼 합의하지 못한 채 헤어지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으로, 북미정상의 조속한 회동을 강조한 12일 노르웨이에서의 발언과는 결이 약간 달라졌다.
마침 미국 국무부에서도 12일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이 "북한과 실무급에서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고 의지가 있다"며 실무협상이 강조하는 발언이 나왔다.
이는 북한과 대화의 끈은 이어가겠지만 먼저 실무협상을 통해 접점이 찾아질 때까지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실무협상이 우선돼야 한다'는 대북 메시지를 발신함에 따라 스티븐 비건의 방한 계기에 북한을 상대로 의중을 타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실무협상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도 정상간 톱다운 형식의 대화재개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매체들은 문 대통령의 대화복귀 촉구나 트럼프 대통령의 '서두를게 없다'는 발언 등에 대해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인 지난 12일 매체를 통해 미국이 자신들의 주동적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를 취할 것과 '새로운 계산법'으로 협상 재개의 기회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또 앞서 지난 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며 미국에 새 로운 계산법을 갖고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었다.
외교가에선 그럼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흥미로운 내용이 담긴' 친서를 보낸 점에 비춰, 이달 28∼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와 한미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실무접촉에 전격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