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정치적인 도구로 실컷 이용하고는, 검찰권한을 축소한다며 칼을 들이대는 정치권력에 대한 배신감과 섭섭한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 행동으로 읽힌다.
이제 문 총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후임이 누가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차기 검찰총장은 늘 전 국민적인 관심사였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그렇다.
가장 민감한 현안인 검경수사권조정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후보는 네 명이 추천됐다. 봉욱 대검차장(사법연수원 19기), 김오수 법무부차관(20기), 이금로 수원고검장(20기), 윤석렬 서울지검장(23기)다.
기수가 한참 아래인 윤석렬 지검장이 총장 후보군에 오르면서 이른 바 적폐수사가 계속 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총선이 코앞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네 사람의 후보 모두 아직까지 검찰개혁에 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후보들로서는 부담스러운 문제를 미리 거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차기 총장이 누가 됐든 검찰 개혁이라는 부담스러운 짐을 짊어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검찰개혁은 검찰총장에게는 딜레마와 같다.
청와대의 의중을 충실히 반영한다면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 되고, 검찰개혁에 맞선다면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한 줌도 내놓지 않는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딜레마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정치권력과 검찰이 어떤 관계였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력이 권력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검찰을 활용할 때 검찰은 검찰권한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정치권력을 역이용 한 적은 없는지 말이다.
이것이 틀린 지적이 아니라면 자신의 옷자락을 흔들며 격정적으로 반응했던 문 총장의 눈물은 어떤 의미였는지 새삼 거론한 필요는 없을 것이다.
차기 검찰총장이 권력과 검찰의 기득권을 놓고 저울질을 한다면, 검찰은 과거의 정치검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결국 차기 검찰총장이 바라 봐야 할 곳은 정치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원론적인 얘기를 다시 꺼낼 수 밖에 없다.
수십 년간 이루지 못했던 검찰의 개혁작업이 차기 총장 임기 중에 이뤄 질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