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와 경찰간 의혹은 공익신고자가 '비실명 공익신고' 형식으로 지난 4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했다. 비실명 공익신고는 공익신고자가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고 변호사로 하여금 대리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법적 제도다. '버닝썬 게이트'의 정준영 카톡방과 관련한 공익신고를 한 방정현 변호사가 이를 대리했다.
방 변호사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익신고자의 이름이 밝혀진 것에 대해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공익신고자는 비아이와 마약 관련 카톡 대화를 나눈 인물로 알려졌다. 전날 한 매체는 비아이와의 카톡 대화를 나눈 인물이 한서희라고 실명을 공개했다.
방 변호사는 "제보자가 찾아 온 이유는 지난번 버닝썬 게이트 당시 공익 신고를 통해서 제보자가 지켜지는 모습에 안심을 해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면서 "하지만 언론이 제보자를 알아도 이를 지켜주려고 노력을 했으면 좋겠는데 누구인지 특정하는 식의 보도가 나와 유감이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물론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생각은 했지만, 대한민국에서 존재하는 제도 중에서 제가 생각했을 때 그래도 가장 제보자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제도라 생각했는데, 강제로 알려진 것이 유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YG의 의혹과 관련한 공익신고자 이름이 밝혀지자 대중의 시선은 그쪽으로 쏠렸다. 앞서 버닝썬 게이트의 몰카 촬영·유포 등의 카톡방 공익신고 때와는 비슷하지만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또 3년 전 정준영이 여자친구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고소됐던 당시 담당 경찰관은 정준영측 변호사와 공모했음이 수사결과 드러났고 '직무유기 혐의'(공동정범)가 적용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경찰과의 유착 의혹 등 수사는 미진했다. 유착의 중심인물로 거론된 '윤 총경'에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고, 뇌물죄 역시 '대가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익신고자의 신분이 공개되며 사건은 묘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많은 언론들이 앞다퉈 한서희의 행보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대중 또한 자극적인 내용에 시선을 뒀다.
그러면서 공익신고자가 제보한 핵심 쟁점 의혹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익신고자로 밝혀진 한서희 또한 이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호소의 글을 남겼다.
한서희는 이날 자신의 SNS에 "내가 여러분들한테 비호감인 거 잘 알고 있다. 다 내가 스스로 만든 이미지인 것도 맞다"라며 "하지만 이 사건은 여러분들이 별개로 봐주셔야 한다. 나에게 초점을 맞추시면 안된다. 정말 부탁드린다"라고 썼다.
또 "제가 염려하는 부분은 양현석이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하며 협박한 부분, 경찰 유착 등이 핵심 포인트인데, 그 제보자가 저라는 이유만으로 저한테만 초점이 쏠릴 것이 걱정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한서희와 YG와의 악연'이 아닌 'YG와 경찰과의 은밀한 관계에 대한 의혹'에 있다.
더이상 자극적인 내용에 시선을 뺏기지 말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건이 사건을 덮는다'는, 과거부터 내려온 상황을 염두하고 핵심 의혹 해소 요구를 꾸준히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