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진목항 인근의 한 해안. 곳곳에 물때가 끼고 파손된 소형 어선 한 척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자세히 보니 배 안에 있어야 할 엔진 등 기관은 모두 제거된 것은 물론 배마다 적혀 있어야 할 선박 번호도 찾아볼 수 없다.
바닷물에 잠겼다가 모습이 드러나기를 반복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배는 여전히 주인 없이 그 자리에 놓여 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강서구 눌차도 입구의 한 포구에서도 마찬가지로 곳곳이 파손된 배 한 척이 버려져 있다.
이 같은 모습은 강서구와 사하구, 기장군 등 부산지역 항·포구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버려진 어선 대부분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FRP로 만든 선박이다.
어선법은 FRP 선박을 폐기할 때 관련 절차에 따라 지정된 업체를 통해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처리 비용이 대당 수백만원에 달하고 절차도 복잡해 무단으로 버려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처럼 관계기관에 발견되지 않고 자연에 방치되거나 버려지는 선박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FRP 선박을 바닷속에 수장하는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지역 소형 선박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부분 어선을 FRP로 만드는 데 사용이 곤란하게 된 FRP 선박의 경우 처리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해 무단으로 버리는 경우가 많다"라며 "해안가에 무단으로 버리거나 뭍에 방치하는 경우, 심지어 바닥에 구멍을 뚫어 가라앉히는 경우까지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9월 강서구 대항항 인근 바다에서는 10년 이상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FRP 어선이 발견돼 인양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 전문가 "미세한 플라스틱 자연에 유출되면 심각한 문제" 경고
특히 해양생물 몸속에 이 미세한 플라스틱 성분이 쌓이고 이를 사람이 섭취하게 되면 인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학교 해양신소재융합공학부 김윤해 교수는 "FRP는 가볍고 가공이 쉬워 선박용 재질로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 소형 어선 등에 많이 쓰이고 있다"라며 "하지만 이름 그대로 미세한 플라스틱 재질이기 때문에 수분을 흡수한 뒤 바다 등 환경에 그대로 방치되면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소조선연구원 그린선박연구본부 진송한 본부장은 "목선은 폐기할 때 해체와 처리가 쉽고, 강선은 분해해서 되팔 수 있지만, FRP 어선은 재활용이 힘들어 전문업체가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비용과 절차가 복잡해 방치하거나 몰래 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환경적으로 수분을 흡수한 플라스틱이 자연으로 유입돼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