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여아 방치 부부, 살인죄 아닌 학대치사죄 적용

경찰, "상대방이 돌볼 줄 알았다"는 부부 진술 감안
사망 가능성 예견 못한 걸로 판단…학대치사죄로 송치

(일러스트=연합뉴스)
생후 7개월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부부가 살인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로 검찰에 넘겨졌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1·사망)양의 부모 B(21)씨와 C(18)양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 부부는 지난달 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간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 생후 7개월인 딸 A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처음에 이 부부에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대방이 아이를 돌볼 줄 알았다"는 부부 진술을 감안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피의자가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을 경우 인정되기 때문이다.


7개월 딸 방치해 숨지게 한 부부(사진=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만약 부부 중 한 명이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면 '방치 후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해 살인죄 적용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부부가 서로 돌볼 거라고 생각해 사망까지 예견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남편 B씨의 외도와 잦은 외박으로 자주 다퉜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3일에도 심하게 다퉈 B씨가 집을 나간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후 A양은 엄마 C양이 외출한 26일 6시부터 홀로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B씨는 집을 나간 뒤 친구와 게임을 하고 지냈으며 C양도 지인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아이가 방치된 지 닷새만인 지난달 31일 오후 4시 12분쯤 자택에 들어가 안방 아기 침대 위에서 딸이 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도 그대로 두고 15분 만에 다시 집을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C양도 같은 날 오후 10시 3분쯤 지인인 아는 오빠와 함께 집에 들어갔다가 숨진 딸을 그냥 두고 10분 만에 재차 외출했다.

C양은 경찰에서 "집에 옷을 찾으러 가려고 남편에게 전화했는데 다짜고짜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해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며 "무서워서 아는 오빠에게 부탁해 함께 집에 갔다가 숨진 딸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오후 9시 50분쯤 부평구 한 길거리에서 B씨 부부를 긴급체포하고 다음 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B씨 부부는 최초 참고인 조사에서 "지난달 30일 아이를 재우고서 마트에 다녀왔는데 딸 양손과 양발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었고 다음 날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거짓말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서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던 중 C양의 지인 차량에서 거짓 진술을 하기로 말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지난 2일 오후 7시 45분쯤 숨진 상태로 외할아버지에 의해 처음 발견될 당시 아파트 거실에 놓인 종이 상자에 담겨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양 시신을 부검한 뒤 "위·소장·대장에 음식물이 없고 상당 기간 음식 섭취의 공백이 있었다"면서도 "사인이 아사(餓死)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A양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한달 여 뒤에 나올 국과수 최종 부검결과가 나와야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