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구금 아닌 구금' 인천공항서 7개월…루렌도 가족 영상 공개

'세계 난민의 날' 기념,14일 명동 향린교회서 영상 상영
'영상 제작' 최윤도 두리미디어 편집장 "더 많은 사람들이 루렌도 가족에 관심 갖길…"

7개월째 인천공항에 갇혀 한국 정부에 의한 '구금 아닌 구금' 속에 살아가고 있는 앙골라인 루렌도 가족의 생활상이 영상으로 제작돼 공개된다.


루렌도 가족이 한국에 입국한 지난 연말부터 줄곧 지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최윤도(39·두리미디어 편집장)씨는 이들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14일 명동 향린교회에서 상영한다.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해 마련된 이날 행사는 '한국에서 난민과 함께 이웃으로'란 주제로 열린다. 시민단체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주관이다.

최 편집장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공항 로비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루렌도 가족의 일상을 5분44초 길이의 영상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영상은 루렌도(47)씨 부부와 열 살도 안 되는 네 아이들의 유일한 보금자리가 마련된 '인천공항 탑승동 46번 게이트' 앞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소파 여섯 개를 붙여 만든 침대, 하루 종일 오가는 여행객 소리에 밤잠을 설치는 아이들. 외부의 도움 없이는 먹고, 마시는 것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몸을 축내야 하는 가족의 고통스런 현실이 담겼다.

최 편집장은 "앞서 짧은 영상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렸었는데 일본, 미국, 스페인 등지에서 지원자 분들이 영상을 공유하고 힘을 많이 주셨다"며 "이번 영상을 통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루렌도 가족의 상황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편집장은 영상뿐만 아니라 다음 달 본인이 직접 쓴 글과 함께 포토 에세이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이 에세이집은 일본인 후원자들에 의해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본국에서의 박해를 피해 망명해 온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 가족은 지난해 12월 28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입국은 불허됐고 여권을 압수당했다.

공항 로비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루렌도 가족 (사진=두리미디어 편집장 최윤도 씨)
한국 정부는 지난 1월 루렌도 가족에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 이들에겐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불복해 제기한 1심 재판 역시 이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은 7월 중에 열릴 예정이다.

2018년 5월 제주도에 예멘 출신 난민 약 500명이 들어오면서 한국에서는 난민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당시 난민 심사 신청자 484명 가운데 난민 인정은 단 2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단순불인정 56명, 직권종료 14명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에는 예멘 외에도 콩고, 에티오피아, 이집트, 미얀마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난민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에 그치고 있다.

한편 UN은 지난 2015년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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