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은 '마더' 오디션 때 한 인격체로 대우받는다고 느꼈다

[노컷 인터뷰] 송강호-장혜진-최우식-박소담-이선균-조여정-이정은-박명훈이 본 봉준호 감독
"존경하는 마스터", "모든 게 머리 안에 있어"
"인격적으로도 훌륭", "감독님 자체가 장르"

봉준호 감독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배우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까지 네 편의 작품을 함께하며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린다. 꾸준히 장르 영화를 연출한 봉 감독의 엉뚱하고 황당하고 웃기고 슬프고 서슬 퍼럴 정도로 현실적이며 때로는 오싹한 세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로 꼽힌다.

두 사람의 인연은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초록물고기', '넘버 3' 등에 출연해 눈에 띄는 연기를 펼친 송강호를 보고, 당시 '모텔 선인장' 조연출이었던 봉 감독이 순전히 '팬심'으로 오디션 자리를 만들어 둘은 처음 만났다. 봉 감독은 송강호에게 다음에는 꼭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고, '살인의 추억'으로 다시 만났을 때 송강호가 이 메시지를 언급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도 봉 감독은 송강호에게 수상소감을 같이 할 수 있게 자리를 내어줬다. 그만큼 각별한 사이인 두 사람. 봉 감독은 송강호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며 '알약'이라고 표현했고, 송강호는 알약보다 삼키기도 쉬운 '물약'이라고 화답한 바 있다.


"단일 카테고리로 정의할 수 없는 장르 변주의 신"(버라이어티)이라는 평가를 받은 봉준호 감독.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루어진 '기생충' 배우들 인터뷰에서, 함께 작업해 보니 봉 감독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물었다. 배우들의 답을 공개한다.

"저는 물약! (일동 웃음) 진짜. 알약보다는 더 쉽죠, 물도 필요 없고. 으하하하. 봉준호 감독하고 20년 됐네요, 인연이. 첫 만남부터가 막 서로서로 존중의 관계였고, 그 마음이 20년 세월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늘 친구 같죠. (봉 감독이) 두 살 어리니까 후배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저는 한 번도 후배라는 생각이 안 들었고, 존경하는 마스터로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요."
_ '기택' 역 배우 송강호

"인격적으로 훌륭하세요. 스스로 똑똑한 걸 알면 교만해질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죠. 화를 단 한 번도 안 내더라고요. 가장 화난 게 '지금 무슨 상황인 거지?'였어요. 배우는 감독이 언성을 높이면 쫄 수밖에 없는데 봉 감독은 정말 부드러워요. 놀랐어요."
_ '충숙' 역 배우 장혜진

"모든 게 머리 안에 있어요. 섬세하세요. 콘티도 직접 그리고, 그 콘티 안에 배우들이나 씬의 미술적인 것, 동선 등을 다 포함해서 그림으로 재밌게 설명해 주세요.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으니까 (배우들이) 궁금한 걸 물어봤을 때 확실하고 빠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_ '기우' 역 배우 최우식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기생충' (사진=㈜바른손E&A 제공)
"(인물 설정은) 촬영하면서 현장에서 말해주는 게 많았어요. 감독님은 다 계획돼 있는 콘티와 동선이 있어, 모든 게 준비돼 있었고 (그걸) 현장에서 맞춰보면서 당일 씬을 찍기 전에 대화를 나눴어요. 이 씬에서는 기정이가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고, 동선이 어땠으면 좋겠다고요. 딱 한 부분 대사가 입에 안 붙어서 '한 번 여쭤봐야지' 하고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감독님한테 갔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바로 '기정아, 여기 대사가 이상하지 않니? 이거 바꿔보는 거 어때?' 하셨어요. '어, 이게 훨씬 좋은 것 같아요' 하니 '그럼 슛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어떻게 아셨지? 싶었어요. 근데 현장에 가기 전까진,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되게 쑥스러워하세요. '우리 현장에서 만들어 보면 되지, 아이~' 하세요."
_ '기정' 역 배우 박소담

"디테일 좋은 감독님들은 많아요. 사실적인 걸 뽑으려고 집요하게 파고든다기보다, 감독님 자체가 정말 장르인 것 같아요. 이 영화도 되게 감독님을 닮아있는 게 있어요. 환경도 너무 잘 만들어주시고요. (이야기할 것을) 미리 머리에 갖고 계시니까 스태프도 그렇고 거기서 연기를 할 때도 편하게 다가오는 거죠."
_ '박사장' 역 배우 이선균

"감독님의 영화는 진짜 그게, 어마어마한 매력인 것 같아요. 평범하지는 않은데 공감대가 엄청 넓어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여도 표현함에 있어서 독특함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현실에서 붕 뜨지 않으면서, 또 이상한? 그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_ '연교' 역 배우 조여정

"'마더'는 3차까지 오디션 보고 감독 미팅을 했어요. (* 이정은은 이때 화장터에 있는 안경 쓴 아정 친척 역을 맡았다) 당시 아줌마 그룹 테스트를 여러 번 하셨어요. 그런데 아주 작은 역인데도 어마어마하게 신경을 쓰시는 것 같더라고요. 모든 감독님이 다 그렇지만, 작은 역에는 그만큼 신경이 못 미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중요한 역할인 것처럼 호명해 주시니까 내가 (극의) 장치가 아니라 온전한 인격체로서, 굉장히 중요한 파트를 맡는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_ '문광' 역 배우 이정은

"식사 자리에서 감독님이 저희 아버지가 폐암 판정받으셨다는 얘기를 얼핏 들으셨어요. 연세가 거의 80이 되셨는데, 어르신들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아들이 영화 찍은 걸 궁금해하실 텐데, 저한테 전화가 와서 (먼저 '기생충'을) 보여드렸어요. 영화 끝나고 (봉 감독과 아버지가) 서로 악수하셨는데 눈시울이 붉어지고 정말 감사했어요. 저는 정말 크나큰 효도를 했죠. 제가 한 게 아니라 감독님께서 배려해주신 거지만요. 영화적으로도 여러 부분을 리스펙트하고, 천재적이라고 평가받고 계시지만, 거기에 앞서서 인간에 대한 배려와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세요. 그게 감독님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_ '근세' 역 배우 박명훈

'기생충'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모여 찍은 단체사진 (사진=㈜바른손E&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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