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고(故) 이희호 여사의 조문 둘째 날인 12일 각계각층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보다 다소 차분해진 분위기 속 빈소에는 오전부터 정치계와 재계 인사들이 찾아 애도를 표했다.
고건·이홍구·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정계 원로들을 필두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도 이날 오전 수행원 없이 홀로 빈소를 찾았다.
이 부회장을 배웅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어제 삼성그룹 측으로부터 직접 와서 조의를 표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는 친분이 없었지만, 이건희 회장과는 재임 기간 상당히 대화를 많이 하셨다"라고도 했다.
이에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순자 여사는 별도의 방명록은 남기지 않은 채 유족들과 짧게 인사를 나눈 뒤 빈소를 떠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두환 신군부 시절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바 있다.
이날 오후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빈소를 찾았다.
이 지사는 조문을 끝낸 뒤 빈소에 마련된 식당을 돌며 동교동계 인사들, 조문객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이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이 나라 여성 운동의 선구자이시기도 하고 김대중 대통령님과 민주주의를 만들어 내신 분이다"라며 "존경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또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도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이낙연 국무총리와 30여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총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가 이희호 여사님의 기원대로 한반도 평화에 대해 북한이 평화의 길을 흔들림없이 펼쳐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저녁엔 김경남 경남도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등도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한편, 김관성 목사의 집전으로 열린 입관 예배가 끝난 뒤 장례위원장을 맡은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희호 여사는 20세기의 보배같은 분이셨다"고 전했다.
장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어서 섭섭한 마음이 있었다"며 "여성부(현 여성가족부)는 이 여사의 주장으로 생겼고, 가족법 제정과 호주제 폐지도 이 여사가 돕지 않았으면 추진이 안 됐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