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가족이 확보한 영상에는 피해자가 오히려 남자친구를 폭행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확인됐지만 경찰은 "일방 폭행이 맞다"는 해석을 내놔 편파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광주 광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데이트 폭력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18년 10월 28일 새벽.
A(31·여) 씨는 남자친구 B(30) 씨로부터 광주 서구의 한 식당과 B 씨의 차량 안 등에서 이날 새벽 2시 30분부터 4시간 정도 감금과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A 씨의 신고에 따라 B 씨는 경찰에 붙잡혔고 결국 구속됐다.
하지만 남자친구 B 씨는 수사과정에서 줄곧 범행을 부인했고, 경찰에 CCTV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이를 외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관련 CCTV에는 여자친구 A 씨의 주장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장면이 다수 찍혀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자 친구 B 씨 측이 사건 발생 장소 주변의 CCTV를 확보한 결과 오히려 여자친구 A 씨에 의해 폭행을 당한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차로 끌려갔다는 A 씨의 주장도 석연치 않다.
남자친구 B 씨는 도망치듯 자신의 차량으로 뛰어갔고 여자친구 A 씨가 바로 뒤쫓아가 차량에 탑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B 씨의 어머니는 "사건이 처음 발생한 식당을 찾아가 CCTV 영상에 대해 물었더니 경찰이 영상자료를 가져가지는 않고 화면 사진 한 장만 달랑 찍어갔다고 하더라"면서 "CCTV 영상에는 아들의 무죄를 충분히 입증할 만한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데이트 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 일관성이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이 되는 만큼 증거가 되는 CCTV를 확인해 피해자 말의 신빙성을 확인한다"며 "CCTV가 설치돼 있는 이상 CCTV 확인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영상 미확보는 수사가 잘못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들 사이에 일어난 폭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과거에도 쌍방 폭행으로 수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고소인의 일방적 주장을 믿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경찰이 관련 증거 수집에 충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은 범죄 혐의 입증에 기본이 되는 CCTV를 확인하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했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특히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는 과정에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인 여자친구 A 씨의 아버지까지 등장하면서 피의자 측은 편파수사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남자친구 B 씨의 가족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편파·부실수사를 넘어 수사 경찰의 폭행 등 강압수사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B 씨의 어머니는 "A 씨의 고소만을 믿고 사실관계 확인에 필요한 증거를 외면했을 뿐더러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아들을 때리는 등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면서 "고소인이 경찰 간부 출신의 딸이라는 점 등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시간이 없어 CCTV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잘못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뒤늦게 확보한 CCTV 영상은 충분히 고소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현재 B 씨 측은 경찰의 폭행 등 강압수사와 무고와 관련해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도 문제를 제기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B 씨를 고소한 여자친구 A 씨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B 씨가 그동안 데이트 과정에서 수 차례 폭행을 일삼았다"면서 "본인의 잘못은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무고라고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경찰청 수사심의계도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재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법원의 판단에 따라 문제점이 지적되면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의심사위원회에 CCTV를 보여주고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광산경찰서 관계자는 "'살려주세요' 하고 소리 지르는 피해자와 문이 열린 채로 달리는 차량을 목격한 목격자의 112 신고 2건으로 수사가 시작된 상황"이라며 "차량에 감금하고 폭행한 다수의 증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피의자 측이 주장하는 CCTV 영상도 탐문수사를 통해 확보해 검찰에 제출했고, 부실수사와 편파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경찰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피의자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전력도 있어 2차 피해 등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신속하게 구속했다"고 주장했다.
구속 기소된 B 씨는 재판에 넘겨져 오는 14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