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 아시아금융학회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정책세미나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주 실장은 '미중 무역협상과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미중 통상 마찰이 장기화될 경우 4가지의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먼저 미-중간 통상 마찰이 무역 경로에만 영향을 미칠 경우 한국의 피해는 미미했다. 한국이 중국을 경유해서 미국으로 하는 우회 수출은 5%로, 우회 수출 피해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산업별로는 전기기계, IT, 화학에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위안화 약세 방임(조장), 조세수단 동원 등으로 미국에 맞설 경우 중국 수출기업들의 선제적 투자 조정으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자본재 수출이 위축될 것으로 분석했다.
무역분쟁에 따라 중국 경제가 경착륙 할 경우 한국 경제도 피해를 본다.
주 실장은 "한국과 중국의 경기 움직임이 비슷한 방향성을 갖는다"며 "중국 경제성장률 1% 포인트 하락 시 한국 수출증가율 1.6%포인트, 경제성장률 0.5% 포인트 하락 압력이 가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5.2%를 기록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2%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중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 성장도 크게 위축될 수 있다.
미국이 예고한 조치가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향후 5년간 세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3%포인트가 하락할 전망이다. 미국은 연평균 0.6%포인트, 중국은 0.7%포인트가 줄어든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세계 경제의 4대 먹구름에 번개가 치면 세계는 경제적 폭풍에 휘말리게 된다"며 "각국은 세계 경제의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의 신뢰 회복을 통해 경제 주체들 간의 결속력을 확보함으로써 미-중 통상 분쟁 대응 및 경제 위기 시 극복 능력을 강화해야 하고, 미국과 중국 정부의 통상 협상의 전개 과정은 물론 중국 정부의 경제 위기 관리 능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근본적으로는 "대외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 한국경제 자체의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의 건전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외환시장 동향 및 안정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장은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 충격으로 고조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낮추기 위해 외환시장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원화가 약세를 보일 때 외부 요인을 파악해 미국 등에 설명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환율압박에 대응해야 하며, 미국 등과 양자 통화스와프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한국은 지난 3월부터 외환시장 안정조치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과도한 원화 약세 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상대국이 자국 통화 약세를 제한하는 시장 개입에 대해 우호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환율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원화 약세 시 위안화 약세, 달러화 강세 등 외부 요인에 기인한 부분을 파악하고 이를 미국 등 국제사회에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