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대학교 계절학기 수강신청 기간인 지난 4일 학교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에는 "전공 강의 팝니다"라는 강의매매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수강신청 기간 동안 해당게시판에는 30개가 넘는 강의 매매 관련 글이 올라왔다.
이 기간 동안 일부 학생들은 수강할 계획이 없는 강의를 신청해 학교 익명게시판에서 강의를 판매하고 있었다. 한 강의 당 5만원에서 많게는 25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인기 있는 과목의 경우 마치 경매를 하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학생이 인기 강의를 20만원에 구매하겠다는 글을 남기자 다른 학생이 25만원에 산다는 댓글을 남겼고 뒤이어 27만원에 구매하겠다는 학생이 등장했다.
'강의매매'가 성행하면서 수업을 수강하고자 하는 학생이 수강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재학생 A씨는 "졸업요건을 채우기 위해 3학점짜리 철학 교양수업을 수강할 예정이었지만 수강신청에 실패해 학교 커뮤니티에 해당 강의를 판매한다는 학생에게 연락해봤다"면서 "강의 하나에 20여만원을 요구했고 너무 비싸다고 하니 10만원대로 할인해 준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불러 차마 구매할 수 없었다"면서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것 자체도 돈이 드는데 계절학기 등록금과 비슷한 금액을 더 내야 한다는 게 어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대학교 홍보팀 관계자는" 사안에 대해서 확인 중에 있고 다각도로 논의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강의매매'는 수강신청 기간만 되면 K대학 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흔히 일어난다. 이는 학점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소위 '꿀 과목'에 학생이 몰리고 졸업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강해야하는 과목에 대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생들이 수강 경쟁을 용돈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다.
학교 커뮤니티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강의매매'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특히 그 중 몇몇 학생들은 학교의 수강신청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희대학교에서는 1:1 강의 거래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작년 2학기부터 '취소-신청 지연제'를 도입하고 있다.
'취소-신청 지연제'란 정원이 모두 찬 강좌에 결원이 발생할 때 잔여석 생성과 수강신청 가능 시간 간 1시간 가량의 시간차를 두는 방식이다. 판매자가 신청과목을 취소하는 즉시 구입자가 빈 자리를 신청하는 방식의 거래를 막기 위한 것이다.
강좌의 잔여석이 나오면 학생들에게 잔여석 수와 신청 가능 시간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은 지정된 시간에 생성된 잔여석에 대해서 강의를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