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가 급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업체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독일과 미국 브랜드의 친환경차 성장세가 눈에 띄는 가운데 중국 업체는 버스 등 상용차 부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국내 친환경차 30%25는 수입차… "더 몰려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1일, 2018년 기준 국내 친환경차의 30.1%가 수입 친환경차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3대 중 1대꼴로 수입차인 셈이다.
현대기아자동차를 선두로 8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내연기관차 시장과는 달리 친환경 자동차 부문에서 수입차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수입차의 성장세는 증가 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013년부터 2018년까지의 판매 증감률을 살핀 결과 미국과 독일, 일본산 친환경차의 판매량 증가 폭이 한국산을 크게 상회했다.
하이브리드 차종에서 강세를 보이는 일본 브랜드는 토요타와 렉서스를 내세워 2015년 9,429대에서 지난해 2만 6,041대까지 판매량을 늘렸다.
일본산 친환경차는 연평균 35.3%의 증가율을 보여 30.7%에 그친 국내 업계보다 성장세가 컸다.
한국GM이 수입해 파는 볼트EV를 내세운 미국 브랜드는 그야말로 급성장하고 있다. 볼트EV의 판매는 한국GM이 맡았지만 미국에서 조립해 수입하는 만큼 사실상 외산 친환경차이다.
미국산 친환경차의 판매량은 2015년 306대에 그쳤지만 2018년 6,175대까지 늘어나며 연평균 증가율 176.8%를 기록했다. 미국 브랜드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연평균 증가율을 기록했다.
독일도 벤츠 GLC350 e 4Matic 등을 앞세워 2018년 3,37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독일산 친환경차의 연평균 증가율 역시 145.2%에 이르렀다.
기존 내연기관 시장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베이징자동차를 선두로 중국산 승용 전기차의 판매가 본격화된다. 2018년 기준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의 베이징자동차는 지난 4월 열린 '2019 EV 트렌드 코리아'에 참가해 2020년부터 한국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자동차는 중형 세단인 'EU5'부터 중형 SUV 'EX5', 소형 SUV 'EX3 콘셉트' 등 다양한 차급을 공개하고 판매를 선언했다. 압도적 가격경쟁력은 물론 주행거리와 편의장치 등 기술력도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상용차 장악하는 中… 업계 "보조금 정책 재검토해야"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중국업계는 한국에선 승용차보다 버스 등 상용차 부문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이미 제주와 서울, 경기도 등 전국 곳곳에서 중국산 전기버스가 운행 중이다.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비야디의 전기버스 20대가 제주공항과 우도에서 운행 중이며 한신자동차와 하이거도 각각 30대, 13대의 버스를 한국에서 운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136대의 전기 버스 중 중국산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우리나라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의 40%도 중국업체에 지급됐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경쟁력은 역시나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대형버스의 경우 환경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합쳐 최대 2억 3,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저상버스의 경우엔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중국산 전기버스의 가격은 더욱 내려간다.
한국산 배터리에 대해 차별정책을 펼치는 중국 정부와 달리 한국 정부는 모든 국적의 모든 업체에 동등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결국 한국 업계도 꾸준히 보조금 차등화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전기동력차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미국과 독일, 프랑스, 중국산 등이 우리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수입차가 국내 시장의 30.1%를 점유했다"며 "우리 자동차 업계는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정부도 보조금 정책 재검토와 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등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전기버스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3억 원 이상 받을 수 있어 1대당 수백만 원만 지급하면 살 수 있다"며 "기관별 보조금 제공을 통합, 조정하는 등 산업 발전을 고려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