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룰 개혁 등을 다루는 당내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가 ‘현역의원 교체율’과 ‘막말 발언 공천배제’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 신상진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특위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당은 환자로 치면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 병실로 옮긴 것과 같다”며 “막장공천이라 불린 20대 공천에서 많은 홍역을 치렀다. 21대엔 특정 사람이나 계파 공천이 아닌 투명성과 공정성 등이 담보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 위원장은 지난 6일 언론 인터뷰에서 ‘막말 발언자 공천배제’와 ‘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을 거론하며 “(탄핵 사태의) 뿌리가 된 20대 총선 공천의 책임에서 현역 의원들이 자유로울 수 없다. 현역 물갈이 폭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친박(친박근혜)계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신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특정 계파를 어떻게 하겠다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정권을 민주당에 넘겨주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여당 소속이었던 한국당 현역 의원들에게 포괄적인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황 대표가 중도층 확장 행보와 신 위원장의 발언이 동시에 나오자 당내 친박계 일부에선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은 지난 8일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는 참석해 “저보고 대한애국당에 입당하라는 분들이 많다”며 “좀 있으면 한국당의 1000여명 평당원이 여러분들(애국당원)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기 위해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사태 이후 홍 의원을 둘러싼 탈당설이 돌긴 했지만 공개석상에 ‘탈당’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탈당을 확정한 건 아니고 그럴 생각도 있다는 의미”라며 “(신 위원장) 본인도 박 전 대통령에게 공천을 받아놓고 누가 누굴보고 혁신의 대상이라고 하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또 다른 친박계 중진의원도 통화에서 탄핵 책임론에 대해 “뭘 겨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특위 차원에서 준비한 게 실제 공천 룰로 연결되는 건 다른 문제”라며 “혼란을 자초한 것은 탄핵 당시 바른정당으로 탈당한 사람들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비박계 의원들은 탄핵 책임론과 관련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친박계가 당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신 위원장의 발언에 가세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 비박계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책임론이라기 보단 어떻게든 탄핵 사태와 관련해 판단을 해야 하지 않겠냐”며 “애매한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박계 초선의원은 “나중에 공천 작업 때 어떻게 할진 몰라도 지금 이런 이슈를 꺼내는 건 타이밍이 안 좋다”며 “강경 보수파들이 탄핵 찬성을 문제 삼는데,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한 탄핵에 단순 동의한 걸 갖고 책임을 묻는단 게 간단하지 않다”고 답했다.
당 대표 시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출당’ 조치를 단행한 홍준표 전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이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지금 한국당 지도부, 국회의원들 중에서 박근혜 탄핵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는가”라며 “탄핵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는 길만이 한국의 보수우파가 살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을 전후해 한국의 보수우파들은 영혼없이 떠돌아다니는 좀비가 돼 버린 느낌”이라며 “피아도 구분도, 옳고 그름도 구분 못하고, 각자 서로 살기 위해 몸 사리고 하루살이 정치만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