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강모(36)씨의 지역 주민 60여 명이 8일 오후 3시쯤 전 남편 살해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제주동부경찰서를 찾았다. 유족은 함께하지 않았다.
이날 주민들은 담당 형사과장을 만나기 전 경찰서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초기대응을 빨리했으면 (범인이) 육지로 가지 않았고, (시신을) 유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초기대응이 너무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전날 CBS노컷뉴스는 경찰이 실종신고 이후 유가족이 수사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경찰에 직접 찾아준 뒤에야 수사가 본격화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주민들은 또 "현재 (범행 현장인 펜션의) 현장 보존도 잘 안 돼 있고, 수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CCTV 역시 유가족이 찾아줬다"며 "경찰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항의했다.
특히 주민들은 "빠른 시일 내에 피해자 시신을 조속히 수습하고, 수사도 제대로 진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기자들을 만난 직후 주민 6명만 대표로 이날 오후 3시 10분쯤부터 20분 동안 담당 형사과장과 면담을 했다. 이날 자리에서 주민들은 조속한 시신 수습과 현장 검증 등을 요구했다.
면담 직후 담당 형사과장은 나머지 주민들을 찾아가 "철저히 수사하고 있고, 시신 수습도 최대한의 인원을 동원해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범행 직후인 지난달 27일 피해자 남동생이 실종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펜션에 모형 CCTV가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그대로 돌아왔다.
이후 사흘이 지난 29일 남동생이 펜션에서 불과 10m 거리에 있는 주택 CCTV 영상을 경찰에 찾아주면서 수사가 본격화했다.
해당 CCTV 영상에 고 씨가 지난달 25일 오후 피해자와 함께 펜션에 들어간 뒤 27일 홀로 빠져나오는 '수상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경찰은 고 씨의 행적이 수상하다고 보고 다음 날인 30일 형사과로 사건을 인계했다. 그 이후가 돼서야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그 사이 고유정은 지난달 28일 밤 훼손된 피해자 시신을 차에 실어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시신을 유기했다.
경찰이 실종신고 직후에 제대로 초동수사에 나섰다면 사전에 시신 유기까지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다. 현재 피해자의 시신은 일부도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고 씨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어 현장검증의 실익이 떨어진다고 보고 현장검증 없이 오는 1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