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정마을 과잉진압? 동의 못해" 경찰 간부 반발

경찰청 진상조사위 '경찰, 해군기지 건설 반대측 주민 과잉진압' 결론에…
제주 경찰 간부, 내부망에 글 올려 "동의할 수 없다"
"숲 말고 나무만 보는 것…조사위원들은 그 때 어디서 뭐했나"
檢 '과거사위 내부 반발' 이어 경찰도 비슷한 양상

(사진=연합뉴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가 발표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조사 결과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반발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조사위가 당시 현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경찰의 주민 인권침해 행위를 지나치게 부각했다는 게 불만의 골자다.

최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용산참사 재조사 결과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도 비슷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과거 사건 진상조사를 통한 적폐청산'에 반발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지난달 29일 경찰청 진상조사위는 2007년부터 논란이 됐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사업을 살펴본 결과 주민 의사를 배제한 채 부당하게 강행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찰이 반대 측 주민들을 고의적으로 폭행하는 등 정부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발표가 이뤄진 당일 오후, 경찰 내부망에는 '해군기지 과잉진압 조사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제목으로 제주특별자치도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간부의 반발성 글이 올라왔다.

이 간부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현장에 장기간 투입됐던 경험을 언급하며 "일부 인권침해 사안을 근거로 7년 동안의 경찰 대응이 잘못됐다고 결론짓는 건 숲을 보지 않고 나무를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만약 7년 동안 경찰의 과잉진압이 있었다면, 진상조사위원들은 그 당시에는 무엇을 하다가 이제 와서야 잘못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다만 그는 "강정마을에서 경찰의 인권침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건 절대 아니다"며 "이번 진상조사위에서 인권침해라고 결론내린 사안의 대부분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권고된 사안과 중복된다. 인권침해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경찰의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당시) 경찰관, 의경 부상자 수만 46명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평온하지만은 않았다"며 "해군기지 건설 반대 상황에서 일부 경찰의 적절하지 못한 조치는 있었으나, 7년에 걸친 장기간의 갈등 상황을 경찰은 최대한 인내하며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인권위가 결정하는 게 모두 옳지는 않다", "공정하지 못한 진상조사위의 결과 발표를 인정하지 못하겠다" 등의 공감을 표하는 댓글들이 수십여개 달렸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도 불만 기류는 감지된다. 한 경감급 경찰관은 "당시 수천여 명의 경비계 직원들이 제주로 내려가 격렬한 시위를 막는데 투입됐었다"며 "일부 사안을 강조해서 강정마을 진압 자체가 잘못됐다는 식의 인상을 주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경찰관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를 향한 검찰 내부 반발도 현재진행형이다.

과거사위는 2009년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당시 수사팀은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청 인권조사위와 검찰 과거사위는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2017년에 설치된 조직으로, 각각 경찰권·검찰권 남용 등이 의심되는 사건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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