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전광훈·한기총, 정치욕·극단적 이념 위해 기독교 이용

전광훈 "文하야" "이명박 안찍으면 생명책서 지울 것"
기독교인들 "전체 기독교인 욕보인다" 우려
교계 원로 "한국 기독교 대표한다고 볼 수 없는 교단"
"개별 목사의 사적이고 극단적 주장까지 걸러낼 수 없을 정도로 취약"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기독교를 욕먹이네요"

"우리 기독교인 전체를 욕보이지 말고, 목사직 내놓고 정치를 하세요"

(사진=연합뉴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이해할 수 없는 '막말'이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인터넷 댓글에서는 기독교인들까지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전 목사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할 것"을 요구했다. 또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권으로 인해 종북화, 공산화돼"라거나, "문재인 정권은 주체사상을 종교적 신념으로 만들어" 등 막말도 이어졌다.

이같은 그의 기행적 언행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이명박을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이 나라를 이슬람 할랄 앞에 팔아먹었기 때문에 하나님이 박 대통령을 탄핵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정치적인 발언 외에도 "자식 5명을 안 낳으면 감옥에 가야한다"거나 세월호 추모 분위기에서 "광화문 네거리에서 광란을 피우면 안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황교안 대표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장관직을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는 것도 밝혀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수의 기독교인들은 그의 발언이 마치 전체 기독교인의 생각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것을 우려한다.

기독교인인 성모(34·회사원)씨는 "기독교인뿐 아니라 그냥 비종교인의 시각으로 봐도 비상식적이지 않나. 한기총 대표회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자칫 기독교인 전체가 오해받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기총은 과연 기독교 전체에 대한 대표성을 띄고 있는 단체일까? 대답은 'NO'다.

한기총 참여교단의 수는 다른 연합 기구보다 많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이단 시비가 있는 군소교단이 대부분이다. 또 한국 교회에서 큰 규모를 차지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대신·합동·기독교대한감리회 4개 교단의 교인 수는 약 840만명에 이르는데, 이들은 사실상 한기총을 탈퇴한 상태다. 적어도 60~70%의 한국 기독교인은 한기총과 연관이 없다는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보수 우파 논리를 대변하며 정치적 운동에 다양하게 관여해왔고 부정선거·금권선거 논란도 해마다 일면서 대형교단들은 빠져나가고, 기독교적 정당성이 필요한 군소 교단만 일부 남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기독교계 원로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약 10년 전 한기총 해체 운동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주요 교단들이 모두 탈퇴했다. 지금은 실제로 한국 기독교를 대표할 수 없는 교단"이라고 비판했다.

또 "기독교가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인권이나 정의, 평화 등 아주 보편적이고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그런 것에 국한해야지 파당 정치와 관련한 모든 발언은 사실 교회가 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희송 청어람 아카데미 대표는 같은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기총이 주요교단으로 이뤄진 주요 단체라면 전 목사가 대표회장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누구든 세력을 갖고 진입하면 단체를 장악할 수 있을 정도로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의 한기총은 교계의 대의는커녕 개별 목사의 아주 사적이고 지엽적인, 극단적 주장마저 걸러낼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대정부 투쟁이나 굉장히 자극적인 이슈를 건드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치중하고 있고, 보수 정치인을 만나 추켜세우며 마치 정치권에 지분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한기총이 주목거리를 만들어 핍박받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위원회(기윤실)도 7일 '한기총은 기독교를 대표하는 단체가 아닙니다'란 제목의 성명을 냈다. 성명은 "한기총은 한국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판정을 받은 단체들의 지위 세탁 공간이나, 개인적인 정치 욕망이나 극단적인 이념 전파를 위해 기독교의 이름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활동 무대가 돼 버렸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 막론할 것 없이 권 목사의 발언을 비판하는 모양새다.

전 목사의 시국선언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며 "예수를 팔아 예수를 욕되게 하지 말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고 비판했고, 정의당도 이 시국선언문의 배후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조준하며 '장관 제안 논란'을 다시 언급했다.

바른미래당도 "자중과 맹성을 촉구한다"고 지적했고, 민주평화당 역시 "이런 식의 정치개입은 종교에도 정치에도 좋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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