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정년연장 논의, 직무급 논란 넘어설까

홍남기 부총리 발언에 정년 연장 논란 '후끈'
"호봉제 철폐 없이 정년연장 불가"…정부, 공공부문 직무급제 도입 추진
노동계 "'정년연장=직무급' 아냐…다양한 대안 노사 함께 고민해야"

정부가 고령사회를 맞아 정년 연장 논의를 꺼내면서 정부가 약속한 공공부문 직무급제 도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와 기업은 정년연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직무급제를 강조하지만, 노동계는 자칫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들어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연장하도록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잇따라 발언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년 문제, 고령인구 재고용 등 고령화 재고용 관련 이슈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와 경직된 고용형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기업 부담이 가중돼 고령자 고용이 쉽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임금체계와 고용형태 유연화 등 제도개선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2일에도 "정년 연장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인구구조개선 대응 TF 산하 10개 작업반 중 한 곳에서 정년연장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곧바로 '정년연장에 관한 구체적 방안을 이달안에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세간에는 홍 부총리의 입을 따라 정년 연장 논의가 전면에 부각됐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로 이동하면서 은퇴하기 시작했고,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지난 3월 통계청은 65세 이상 인구는 2017년 707만명에서 2025년엔 1천만명, 2050년엔 1901만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은퇴후 질 좋은 일자리는 흔치 않아서, 국내 노인 빈곤률은 2015년 기준 45.7%에 달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기업은 정년연장에 앞서 임금체계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체 설문조사에 응답한 300인 이상 대기업 170곳 중 70%에 해당하는 119곳은 호봉급을 사용했고, 이들 기업의 노동자 가운데 51.2%는 호봉급을 적용받았다.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와 피라미드식 승진 구조를 그대로 두고 높은 연봉을 받는 중고령 노동자들의 정년까지 연장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 만약 임금 체계 개편 없이 정년 연장부터 밀어부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은 그만큼 신규 고용을 줄여 세대 간 갈등을 부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앞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을 사상 처음으로 포함했다.

특히 정부는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을 상반기 중 반드시 달성할 16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이달안으로 민간부문을 포함해 직무급제 안착을 위한 관련 매뉴얼을 배포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노동계는 업무 평가 기준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성과급 성격의 직무급을 확대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줄곧 반대하고 있어, 단기간 내에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최현오 대변인은 "정년 연장에는 직무급 외에도 연금 개혁이나 임금피크제 등 다른 줄기들도 있다"며 "정년 연장을 곧 직무급제 도입이라고 생각한다면 맞지 않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능력과 관계없이 시간만 지나면 오르는 호봉제도 문제지만, 직무급도 직무·성과 기준을 계량화하기 어려운 면이 많지 않느냐"며 "은행 등에서도 임금피크제는 도입해도 임금 제도를 전면 개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공공부문은 과거 추진된 성과연봉제가 후퇴한 마당에 직무급제를 바로 도입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계약직 도입 등 보수 체계를 바꾸면서 다양한 근로 형태를 도입하겠지만, 직무급은 곧바로 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3노총인 공공서비스노동조합총연맹 박기산 정책국장도 "정년연장은 필수불가결한 시대적 흐름이지만, 이것을 빌미로 직무급제 도입을 거래하듯이 접근한다면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도 직무급제를 도입하면서 사회적 논의 없이 일방 추진하다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혔던 일을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박 국장은 "직무급 도입은 해외의 경우 그 분석에만 10년 이상 걸렸는데, 정부는 아무런 대화도 없이 추진하고 있다"며 "각 직종마다 직무급 도입 가능성을 노사가 함께 충분히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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