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故 최종근 하사 유가족과 대표 분향…64년 만에 처음

文 "나라를 위한 희생은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명예로운 일"
탁현민 위원 "아들 잃은 부모 위로하기 위한 대통령의 마음이 느껴진다"
지난해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된 故 박재권 이등중사
한국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남편을 그리는 할머니 편지 공개
"뒤돌아보면 그 가혹한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김혜수씨 낭독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청해부대 최영함의 입항식 도중 홋줄 사고로 순직한 고 최종근 하사의 아버지에게 분향하게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나라를 위한 희생은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명예로운 일"이라며 "우리의 보훈은 바로 이 소중한 책임감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올해 현충일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국가유공자 및 유족, 각계 대표, 시민, 학생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휴가 중 원효대교에서 강에 빠진 여고생을 구출한 황수용 하사, 대구저수지에서 물에 빠진 남성을 구한 김대환 경위, 전남해남소방서 근무 중 강원도 산불 진화를 위해 가장 멀리서 지원을 나간 정의성 소방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대표 자격인 김규태 상사 등도 참석했다.

특히 최근 청해부대 최영함에 탑승해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파병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다 입항식 도중 홋줄 사고로 숨진 고(故) 최종근 하사의 유가족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최 하사의 부모의 손을 꼭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등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 후 헌화·분향을 위해 현충탑을 향할 때 문 대통령의 바로 뒷줄에는 최 하사의 부모가 함께 걸었다.

헌화·분향을 마치고 현충원 관계자가 퇴장 안내를 하려 하자 문 대통령은 최 하사의 부모에게 직접 분향을 권했다. 최 하사의 부모는 흰색 장갑을 낀 뒤 분향을 마쳤다.

청와대에 따르면 순직 유공자의 부모가 대통령과 대표 분향을 함께 한 것은 현충일 제정 후 64년만에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후 추모사 도중에도 최종근 하사를 언급하며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고인을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셨다"면서 "(유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박수를 보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얼마전 순직한 하사 최종근, 그 아들을 잃은 부모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한 대통령님의 마음이 느껴진다"며 "현충일 추념식에서 대통령 내외분의 대표 분향을 순직 유공자의 부모님이 함께 한 것은 64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탁 위원은 최근 대통령 행사 의전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난달에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준비는 다 해 놓은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모식에서 6·25 전장으로 떠난 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김차희(93) 씨의 편지 낭독을 듣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차희 씨의 남편 성복환 일병은 1950년 8월 10일 학도병으로 입대해 1950년 10월 13일 백천지구 전투 중 전사했다. 현재까지 유해는 수습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유해 발굴로 신원이 확인된 고(故) 김원갑 이등중사와 박재권 이등중사, 한병구 일병 등 3명의 6·25전사자 유가족에게 국가유공자 증서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박재권 이등중사는 지난 해 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시작된 남북 공동 유해 발굴 작업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 과정에서 국군전사자 유해로는 처음으로 발굴돼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날 현충일 추념식은 추모연주와 편지낭독, 합창 등으로 이어지며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렸다.

위패봉안관에서 '알비노니의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를 첼로와 건반으로 연주하는 영상이 상영됐고, 6·25 전장으로 떠난 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남편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김차희(93)씨의 편지를 배우 김혜수씨가 대신 낭독했다.

김차희씨의 남편 성복환 일병은 1950년 8월 10일 학도병으로 입대해 1950년 10월 13일 백천지구 전투 중 전사했지만 현재까지 유해는 수습되지 못했다.

김혜수씨는 "할머니께 이곳 서울현충원은 할아버지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지금 이 편지를 듣고 계실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할머니를 대신해 오랜 그리움과 간절한 소망을 전하고자 한다"며 편지를 낭독했다.

"어느 세월 내게 남겨진 것은 당신의 사진 한장 뿐이다. 뒤돌아보면 그 가혹한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는지…"와 같은 절절한 사연이 낭독되자 추념식장은 숙연해졌다.

이어 소프라노 신영옥씨가 대학연합합창단, 국방부 중창단과 함께 우리 가곡 '비목'을 합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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