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유공자·유가족이 자부심을 가질 때 나라다운 나라"

제64회 현충일 추념식 참석
"나라 위한 희생은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명예로운 일"
"애국 앞에 보수·진보 따로 없어…모두 애국에 존경"
2022년까지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추모의 벽' 건립
청해부대 최영함 임무 수행 중 숨진 고(故) 최종근 하사 언급
비무장지대 유해 발굴에 대한 성과와 무명 용사 예우도 강조
"선열들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대한민국은 미래를 향해 전진"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나라를 위한 일에 헛된 죽음은 없다"며 "나라를 위한 희생은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명예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우리의 보훈은 바로 이 소중한 책임감에서 출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현대사는 돌아오지 않은 많은 이들과 큰 아픔을 남겼다"며 "우리의 보훈은 아픈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독립유공자와 참전용사, 민주열사, 군복무 및 직무수행 중 사망자, 순직경찰, 소방 공무원, 의사자 가족 등이 참석했다.

특히 최근 청해부대 최영함에 탑승해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파병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다 숨진 고(故) 최종근 하사 유가족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년을 맞는 해"라며 "지난 100년 많은 순국선열들과 국가유공자들께서 우리의 버팀목이 되어주셨다.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하며,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 앞에 보혁갈등은 무의미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애국 앞에는 보수와 진보가 없다.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라며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또 "우리에게는 사람이나 생각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며 대립하던 이념의 시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에는 보수와 진보의 역사가 모두 함께 어울려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독립과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는 보수와 진보의 노력이 함께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보수든 진보든 모든 애국을 존경한다"며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과 가족들을 국가가 보살피는 보훈 정신이 보수, 진보 그 어느 쪽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민통합 키워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광복 이후 중국에서 좌우합작을 통해 광복군이 창설돼 항일 무장운동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역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내년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앞두고 한미동맹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은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라며 "유엔의 깃발 아래 22개국 195만 명이 참전했고, 그 가운데 4만여 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또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한 나라는 미국이었다"며 "미국의 참전용사 3만3천여 명이 전사했고, 9만2천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부는 2022년까지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 안에 '추모의 벽'을 건립할 것"이라며 "미군 전몰장병 한분 한분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한미동맹의 숭고함을 양국 국민의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여야 대표를 비롯한 내빈들이 6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 참배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내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법제도 정비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제정해 공무 수행 중 사망한 계약직, 비정규직 근로자도 정규직 공무원과 동일하게 보훈예우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순직 경찰과 소방공무원들의 순직연금도 대폭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는 순직 군인들을 위한 '군인재해보상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군 복무로 인한 질병이나 부상을 끝까지 의료지원 받을 수 있도록 '병역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라고 믿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청해부대 최영함에서 순직한 고(故) 최종근 하사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 5월 24일 또 한 명의 장병을 떠나보냈다"며 "청해부대 최영함에 탑승하여 이역만리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파병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국가는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고(故) 최종근 하사를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셨다"고 말했다.

지난해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속도를 내고 있는 비무장지대 유해 발굴에 대한 성과와 무명 용사에 대한 예우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9·19군사합의 이후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를 시작으로 유해 67구와 3만여 점의 유품을 발굴했다"며 "이 자리에는 유해발굴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고 김원갑 이등중사님, 고 박재권 이등중사님, 고 한병구 일병님의 유가족들이 함께하고 계시다"고 소개했다.

또 "국가를 위해 헌신한 마지막 한 분까지 찾는 것이 국가의 마땅한 책무"라며 "하지만 어렵게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많은 영웅들이 이름도 가족도 찾지 못한 무명용사로 남겨져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가족들께서 더욱 적극적으로 유전자 확보에 협력해주신다면 정부가 최선을 다해 가족을 찾아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임시정부 수립과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 아픈 과거를 되돌아보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넋을 기리며 희망찬 내일을 준비하자는 메시지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식민지를 이겨냈고 전쟁의 비통함을 딛고 일어났으며 서로 도와가며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며 "독립운동의 길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선 장엄한 길이었다. 되찾은 나라를 지키고자 우리는 숭고한 애국심으로 전쟁을 치렀지만 숱한 고지에 전우를 묻었다. 경제성장의 과정에서도 짙은 그늘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면서도 과거를 잊지 않게 부단히 각성하고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되새기며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통찰력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에게 선열들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대한민국은 미래를 향한 전진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국가유공자들께 다시 한번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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