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계속 얕아져"…속도 붙는 헝가리 다뉴브 하류 수색

실종자 절반이 50km 떨어진 하류에서
배경은 수중 수색 본격화에 수심 하강
양국 당국, 주요지점 수색·경계 강화

헝가리 소도시 굴츠의 다뉴브 강가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실종자 60대 한국인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을 바라본 모습. 가운데 보이는 선착장에서 감식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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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실종자들이 발견된 8곳 중 절반은 사고지점에서 50km 이상 멀리 떨어진 지역이었다.

최근 헝가리 당국과 우리 수색팀의 '수중 수색'이 본격화하는 한편 다뉴브(두나우)강 수심이 점차 얕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한국-헝가리팀 '수중 수색' 성과

하류 지역 시신 수습에 성과를 낸 건 고속단정이나 헬기를 이용한 '수중 수색'에서다. 수중 수색은 물 위에 떠오르거나 수풀에 걸린 게 있나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사고지점에서 50km가량 떨어진 지점까지는 한국정부 합동신속대응팀도 함께 투입된다. 때때로 실종자 가족이 헬기에 함께 타기도 한다.

지난 3일 하르타(Harta)에서 발견된 60대 남성, 다음 날 아도니(Adony)와 굴츠(Kulcs) 사이에서 발견된 60대 남성과 에르치에서 발견된 20대 남성 모두 이런 방식으로 발견됐다. 5일 헝가리 경찰 대테러청 대원들에게 발견된 30대 여성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 최대 9.3m까지 올랐던 침몰지역 수심이 나흘 만에 7.6m를 기록한 것처럼, 하류 수심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수심이 낮아지면 어딘가에 걸린 채로 물속에 있던 시신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4일(현지시간) 오후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굴츠 주민 빠슈또 삐떼르(65)씨(사진=김광일 기자)
시신 2구가 발견된 에르치(Ercsi) 지역 주민 유디트씨는 최근 CBS노컷뉴스 취재진을 만나 "평소보다는 수위가 많이 높지만, 그래도 이틀 동안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조속한 실종자 수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다페스트를 비롯한 헝가리 중부 지역은 사고 전후 거세게 내리던 폭우가 그치면서 최근 기온이 적잖이 올랐다. 기온 상승은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르게 하는 조건이 된다.

◇ 물길 굽는 곳이 핵심 "시신 종종 발견"

하류에서 시신이 발견된 곳은 모두 다뉴브강 물길이 굽어지는 지점이다. 보통 물이 흐르다 꺾일 때 바깥쪽에는 유속이 느려지면서 물에 떠 있던 물질들이 쌓일 수 있다.

굴츠 주민 빠슈또 삐떼르(65)씨는 "다뉴브강은 이곳에서 굉장히 급하게 굽는다"며 "그래서 과거에도 시신이 종종 발견되곤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굴츠 강가를 찾았을 때 얼핏 보기에도 여러 통의 찌그러진 페트병과 크고 작은 나뭇가지 등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특히 나뭇가지는 뭍으로 10m 정도까지 올라와 진흙처럼 쌓인 늪 위에 널려 있었다.

굴츠의 강변에서 바닥을 찍은 모습. 여러 통의 찌그러진 페트병과 크고 작은 나뭇가지 등이 어지러이 놓여 있다. (사진=김광일 기자)
이 때문에 양국 당국은 해당 지점들에 수색을 집중하고 주변 지역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에르치 마을 수질관리 담당 공무원 가쉬파르 처버(52)씨는 최근 매일 12시간씩 교대로 강을 지키고 있다. 그는 "날씨도 맑아져 강가에 떠다니는 나뭇가지 등도 더 잘 보이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아도니 보트 선착장에서 시신수습 현장 설명하는 주민 시몬 페렌츠씨(사진=김재완 기자)
이 지역에서 시신 수습 장면을 목격했다는 시몬 페렌츠(69)씨는 "경찰과 한국 구조팀이 시신을 수습하는데 외부에서 보지 못하도록 선착장에 천막을 다 치고 있었다"며 "경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탑 시크릿'이라고만 하더라"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정부 합동신속대응팀은 수중 수색을 끝내고 이르면 6일(현지 시간) 본격적인 인양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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