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는 5일 오후 국회에서 제1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패스트트랙이 지정된 지 37일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다. 그동안 국회는 여야 극한 대치 속에 파행을 겪어 왔고, 정개특위도 세 차례 비공개 간사회의를 제외하면 회의는 없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민주·바른미래·정의당의 공조가 재확인되면서 한국당을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민들에게 약속한대로 5당 합의안을 처리하면 좋겠다"며 "패스트트랙은 법이 보장한 입법 절차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민주당 간사는 "활동기한이 한달도 채 안남은 상태에서 위원회 전체가 직무유기 상태로 마감할 위험이 있다. 한국당이 좀더 책임있게 임해줘야 한다"고 했고,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바른미래당 김성식 간사도 "이왕 패스트트랙에 지정됐으니 어떻게 풀어갈지 논의를 해둬야 시간을 절약하고 국민들에게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며 한국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정개특위 활동기한 안에 서둘러 선거제 개혁법을 의결하고 바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기려는 게 한국당을 뺀 여야 3당의 계획이다.
정개특위의 활동기한 늘리려면 여야 교섭단체 간 합의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데, 한국당이 활동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꼬일대로 꼬인 패스트트랙 3법…본회의까지 180일 vs 270일
현재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정개특위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은 사개특별위에서 맡고 있다.
패스트트랙 절차상, 정개특위와 사개특위가 종료되면 각각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행안위와 법사위에서 최장 180일이 걸린다.
하지만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는 각각 위원들이 다르기 때문에 민주당과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대응 전략도 다르다.
먼저 정개특위의 경우,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의 공조가 비교적 공고하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상임위 숙고기간인 180일 이전에 사개특위에서 먼저 선거법을 의결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180일을 단축할 수 있다.
만약 한국당이 여야 3당의 선거법 의결을 저지하려 한다면, 안전조정신청을 낼 수 있다. 안건조정신청은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논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최대 90일까지 논의해야 한다. 이러면 한국당은 최대 90일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사개특위의 경우,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현재 패트로 지정된 공수처법에 반대하고 있어, 3당 공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공수처 법은 사개특위 끝나고 법사위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법사위에서 논의되는 법들은 다른 상임위에서 법사위로 넘어올 때 거치는 체계자구심사기간 90일을 거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90일을 절약할 수 있다.
체계자구심사는 법률안 내용의 위헌 여부 등을 심사하는 취지이므로, 법사위에서 다루는 법안은 해당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 의사국에서는 공수처 체계자구심사 기간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하튼 여야 4당은 선거제와 공수처를 한날에 동시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걸리든 늦는 쪽에 맞춰서 하게 된다.
여야 4당이 신속하게 법안을 통과시키려 해도 한국당이 "의회 폭거"라고 강력반발하면 국회 파행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