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시절 정보 경찰이 공영방송 KBS와 MBC 그리고 YTN, 연합뉴스 등을 상대로 언론 사찰을 벌였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가운데,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오정훈, 이하 언론노조)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무관용 처벌을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경찰이 과거 정권과 손잡고 반헌법적 사찰 및 정치 개입 등을 행한 범죄는 그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자에 대해서는 지위 여부에 상관없이 무관용 원칙으로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검찰이 지난 3일 발표한 '정보 경찰의 선거·정치 개입 등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국은 청와대의 지시 등으로 이명박 정권 때인 2012년부터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대선(2012년), 지방선거·교육감선거(2014년), 국회의원 총선(2016년)에 개입했다. 또한 언론사를 비롯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문화예술계 등 다방면에서 사찰을 진행했다.
언론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찰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활발해졌다. 지난 3일 YTN 단독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 경찰은 지상파 3사를 비롯해 YTN, 연합뉴스,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와 호남지역 등 지역 언론사까지 불법 사찰했는데, 정보 경찰은 주요 언론사들의 약점을 캐는 데 집중했다. 이 밖에도 언론사 내 역학관계, 유력한 차기 사장 후보 등의 정보를 파악하는 게 정보 경찰의 임무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014년 2월 연합뉴스에 대해 정부 구독료를 이용한 간접 압박 방안을 대책으로 제안하는가 하면, 그해 5월엔 정부 비판 보도가 많은 KBS‧MBC 등의 세월호 보도 축소 권고와 임원 선임 시 우파 성향 인사를 임명할 것도 제안했다.
또 KBS 노조의 사장 퇴진 요구와 관련해 '취재 거부' 등 기자들의 반발이 '시청자를 볼모로 한 불법투쟁'이라는 비난 여론을 조성할 것을 주문했다.
9월에는 YTN의 직원 40%가 호남·충청 출신 등 야권에 호감이 상당하다면서 당시 사장이 노조와 타협적이므로 보수 성향의 강단 있는 인사를 신임 사장으로 발탁할 것을 제안했다.
언론노조는 "언론사 사찰의 경우, 단지 동향 보고 수준이 아니라 언론사에 속한 구성원을 노조라는 이유로 좌파 딱지를 붙이고 보수 임원 인사 영입이 대안이라고 제시했다"라고 설명하며 "정보 경찰의 사찰과 제안이 자발적이었거나 단순히 제안에 그쳤을 리는 만무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언론노조는 검찰 발표에서 2014년 내용만 공개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정보 경찰과 청와대가 결탁해 언론사 사찰에 나선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반국가적, 반헌법적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 그에 걸맞게 털끝만큼의 의혹도 남김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라며 "아울러 책임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용 없는 처벌이 필요하다. 이를 본보기로 다시는 정치 권력이 언론을 장악할 수 있을 거란 욕심도, 착각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