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설을 보도했던 조선일보는 '머쓱함'을 감추지 못하게 됐다. 조선중앙통신이 직접 나서서 오보를 확인한 격이기 때문이다. 앞서 조선일보는 '북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강제노역 등 혁명화 조치에 처해졌고, 김혁철 북한 국무부 대미특별대표와 외무성 실무자들도 지난 3월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난 31일 보도한 바 있다.
조선일보의 북한 관련 오보는 처음은 아니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사망설 보도나, 2013년 8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총살설 보도도 이후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최근 김영철 부위원장 숙청설 오보로 조선일보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북한 문제에 있어 '대북소식통'발 오보는 해당 분야에서 꽤 빈번히 있어 왔던 일이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직후 숙청설에 쉽싸였지만 이후 같은해 아시안게임 준비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언론들이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의 사망설을 보도하기도 했지만, 같은 달 국정원에 의해 살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북한 관련 보도는 분단국가라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러나 대부분이 간접 취재를 통해 보도되기 때문에 '팩트'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탈북민 단체나 관련 정부기관 관계자의 비공식적인 정보제공이 '대북소식통'으로 인용돼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독자들로서는 얼마나 신뢰할만한 인물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만일 다른 나라의 관료 사망 보도라면 어떨까. 당연히 해당 국가 관계자에게 공식적인 루트로 확인을 한 뒤 기사를 작성,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이 것이 쉽지 않다. 결국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팩트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팩트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보니 일단 외신이나 국내언론발 보도가 나오면 정확한 확인없이 확산되기도 쉽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발 대형 오보들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북한을 공포의 대상화하겠다는 프레임이라고 본다"면서 "'사람을 마음대로 숙청하는 공포스러운 북한과 무슨 대화냐'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다"고 우려했다.
때로는 북한 당국도 이같은 남 측의 보도를 이용하는 경우도 생긴다. 바로 보도를 정정하거나 반박하지 않고 국내의 혼란을 방치하는 식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오보를 내도 정정보도 등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김영철 숙청설이 오보로 밝혀진 다음에도 조선일보는 4일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정부 소식통 등을 인용해 김영철 재등장의 숨겨진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기자협회는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 제작 준칙'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보도준칙은 ▲남북긴장해소 노력 ▲외신보도 신중 인용 ▲1차 자료 적극 활용 ▲각종 추측보도 지양 ▲사진과 화면 사용 절제 등 10가지다. '국내외 관계자들이 무책임하게 유포하는 각종 '설'은 보도하지 않는다. 다만 취재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거나 '외신을 활용한 특정세력의 목적성 여론조성을 경계하며 제3국이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외신 보도는 인용하지 않는다' 등 세부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보도준칙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상태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면피'의 요인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떤 곳이든 마찬가지"라면서 "원래는 정보원 보호라는 명확한 목적을 위해 '소식통'의 형태로 취재원을 숨기지만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으레 밝히지 않는 것이 언론계의 관행이 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 이슈는 특히 언론사의 '바람'이 들어가 원하는 방향대로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민감한 이슈일 수록 훨씬 더 경계하며 보도해야 한다. 오보를 '그럴수도 있지 않느냐'식으로 넘기고 맞는 것만 부각하는 행태도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