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는 지난달 18일 간에 걸친 '민생투쟁 대장정'을 통해 영남권 보수층을 중심으로 '집토끼' 단속에 성공했다는 판단, 이달부터 수도권‧중도‧청년층 등 표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당 연석회의에서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낫다'는 발언에 이어 민경욱 대변인의 헝가리 참사 관련 '골든타임 3분', 3일 한선교 사무총장의 '걸레질' 발언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한선교 '걸레질' 발언, 무색해진 黃의 '삼사일언(三思一言)'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 비공개회의에서 최근 당내 의원들의 잇따른 막말 논란과 관련해 사자성어 '삼사일언(三思一言‧세 번 신중히 생각하고 한번 조심히 말하는 것)'을 인용하면서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연석회의에서 나온 정 의장 발언에 대해 황 대표가 "부적절하다"며 고개를 숙인 직후 연이어 민 대변인이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된 점을 의식한 것이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 참석한 당내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황 대표 자신도 발언할 때 '삼사일언' 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뼈 있는 얘기를 참석자들에게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바닥에 앉은 채로 엉덩이로 끌고 이동하니까 고생하는 것 같아서 선의로 한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오후 별도 입장문을 통해 취재환경이 열악해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로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오는 5일 당 대표 취임 100일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중도층 공략을 위한 행보를 준비 중인 황 대표 입장에선 최근 쏟아진 '막말'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당 연석회의에서 중도층 확장을 위해 여성‧청년 친화정당으로 변모를 전면에 내걸었지만, 현실적으로 내부 단속조차 안 된 상황에서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막말' 논란에도 끝내 사과 거부한 정용기·민경욱
정 의장은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참 많지만, 당 대표의 뜻을 존중해 짧게 말씀드리겠다"며 "해당 발언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려는 세력에게 빌미가 된 것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계신다. 이 부분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지층을 향한 유감 표명만 한 셈이다.
민 대변인도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서 헝가리 참사와 관련 일반인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는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적어 구설에 올랐다.
그는 최고위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말씀과 관련해 네티즌들의 많은 지적들이 있어서 말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말씀에 진정성이 있어야지 안 그러면 쇼가 되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특히 정 의장의 발언에 대해선 파장을 우려한 당내 최고위원들이 연석회의 후 지난 주말 동안 정 의장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라고 설득에 나섰지만, 정 의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비공개회의에서 정 의장이 발언을 하길래 우리도 처음엔 사과를 하는 줄 알았다"며 "그런데 듣고 보니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을 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당내에선 당 지지율이 30% 안팎으로 어느정도 상승하자, 벌써부터 긴장의 끈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지도부가 우편향 발언 혹은 실언을 할 때마다 당내 소장파들이 쓴소리를 하며 균형을 잡아가던 과거와 달리, 초재선 의원들이 막말 논란에 합류하거나 동조하는 행태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지난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과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막말의 당사자인 정진석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가 결국 이같은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막말 논란을 일으키더라도 당내 징계는 미약한 반면, 대대적인 인지도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개별 의원들에게 과격 발언을 감행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