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헝가리에 구조대를 파견한 것을 언급하며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했다. 여당에 대한 비난을 위해 피해자들의 가슴에는 대못을 박았다.
같은 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1일 "북한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보다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던 발언도 도를 넘은 수준이었다. 한선교 의원은 3일 바닥에 앉아 오랜기간 대기하며 취재하던 기자들을 두고 '걸레질'로 표현하며 또 한번 물의를 빚었다.
비단 우리나라만 있는 일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막말로 자주 구설에 오르곤 한다. 특정 계층을 향한 그의 혐오발언은 이제 한 손에 꼽기도 어렵다. 최근에는 3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사흘간의 영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영국의 국내정치 등에 대해 도넘은 발언을 하면서 '내정간섭'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과 의원을 막론하고 잊을 만하면 한번씩 터져나오는 소모적인 '막말 잔치'는 왜 끝나지 않는 것일까?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경욱 대변인은 방송사 앵커를 했던 분으로서 '할 말과 안 할 말'을 구분할 수 있는 분"이라면서 "하지만 관심받고 싶은 심리가 그 개인의 경험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치인에게는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다. 결국 정치인으로서, 혹은 한 개인으로서 대중에게 관심을 받고 싶거나 혹은 과시하고 싶은 강박이 도덕성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을 외면하게 한다는 얘기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치권의 케케묵은 사고방식을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대개 어떤 한 입장을 갖게 되면 그 입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또 그 방향으로 계속 믿고 그 쪽에 맞는 정보만을 수집하게 된다"면서 비판의식이 마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입장이든) 그것에 우호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를 계속 이야기하면서 (호감이)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손쉽게 막말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영웅주의나 사명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은 정의롭다는 자기합리화도 있을 수 있고, 남들은 이야기하지 못하는데 나는 거침없이 말할 수 있다는 영웅주의도 그 배경에 깔려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보수든 진보든, 어느 나라든 어느 시대든 이같은 경향이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노사회'라 불릴 정도로 사회가 불안정하다 보니 말의 수위도 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심리는 정치인 내면에서만 생기고 자라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 내면의 불안정함과 공격성을 키우고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은 결국 대중과의 상호작용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동귀 교수 역시 "'소속감의 욕구'는 매우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라면서 "내 의견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서로 지지하는 과정에서 소속감을 얻는 심리적인 과정들이 막말 정치인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 정부의 혐오발언, 막말정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정화작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명호 교수는 "사회적으로 불안한 상황이어서 정치인들의 잘못된 이야기들에 휩쓸리는 분들이 많다. 정치인의 막말이 문제인 이유는, 이러한 불안한 사회를 만든 것이 정치인들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같은 심리를 (정치적 목적으로) 또 이용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확산하기도 쉽다. 언론에 정치인들의 막말이 자주 보도되면서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 정서가 부정적으로 변하고 막말에 둔감해 진다는 것이다.
유럽 일부 국가들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법적인 제동장치를 마련해두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 혹은 혐오 발언에 대한 처벌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곽 교수는 "언어폭력 수준의 정치 용어들이 점점 심해지고 늘어나고 있다"며 막말이 사회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