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재판부 기피신청에 공판 무산…심리 또 지연

"소송지휘권 남용·피고인 방어권 침해" 주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부를 교체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31일 임 전 차장 측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해 공판이 무산됐다. 4일 예정됐던 재판도 연기하고 기일은 추후 지정키로 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재판부가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남용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며 "어떻게든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선고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신념 내지 투철한 사명감에 가까운 강한 예단을 가지고 부당하게 재판 진행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된 후 임 전 차장 재판은 주 2~3회씩 열렸다. 검토해야 할 기록 양은 물론이고 증인 수도 방대하기 때문이다. 이에 임 전 차장 측은 "주 3회 재판은 검토 시간조차 부족하다"며 "피고인 방어권에 문제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형사소송법 제18조에 따라 피고인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법관의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 재판부는 기피신청이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한 것이 명백하다면 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이 따로 열리게 된다. 이 경우 진행 중이던 원래 재판은 중지된다.

기피신청 재판은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맡고, 신청 사유가 합당할 경우 재판부가 교체된다. 새 재판부에 배당키로 결정되면 기록이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당초 임 전 차장 등 사법농단 연루 전·현직 판사들 재판에 대비하기 위해 기피 요인을 최대한 고려한 3개의 재판부를 신설한 상황이어서 임 전 차장의 주장이 받아들여 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부장판사 등 형사합의36부도 공정성 시비가 없도록 임 전 차장과의 연고가 없는 인물 등으로 충분히 고려해 구성한 바 있다.

단, 지난해 11월 임 전 차장이 기소된 지 이미 7개월째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번 기피신청으로 재판은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피신청이 기각되면 임 전 차장은 항고와 재항고 등 불복절차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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