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직접적 영향뿐 아니라 세계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고, 주력인 반도체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위기감이 커진 데 따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토요일이던 지난 1일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 대책 회의'를 열었다.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과 삼성디스플레이 이동훈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0년간 삼성의 지속적 혁신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어려운 상황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한다.
위기의 돌파구를 '기술경쟁력'과 '미래 투자'라는 키워드로 제시한 것이다.
삼성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은 실적 부진의 직격탄이 되고 있고, 디스플레이 매출도 올해 적자 전환된 상태다.
화웨이 제재에 따른 단기적 반사이익을 전망하는 외부 시선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중 시장이 위축되거나 득보다 실이 클 거라는 분석도 있다.
세계의 이목을 모았던 갤럭시 폴드의 출시가 연기되고,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산 수입품 관세 부과를 경고하면서 미국 수출용으로 멕시코에서 만드는 TV의 원가 경쟁력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 역시 삼성전자로는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사업 외적인 요인이다.
안팎의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할 복잡한 함수를 풀어야 할 이 부회장은 점검 대책회의에서 작년에 3년간 180조원 투자, 4만명 고용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과감한 투자 전략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작년에 발표했던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며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오는 2030년에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33조원 투자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기남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정하고, 동시에 수백 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으며, 사장들도 공감하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 주요 이동통신사를 방문해 5G 시장을 직접 챙기고 나서는가 하면, 방한했던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들과 활발한 접촉을 하는 것도 재계 1위 그룹 총수로서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