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승진 예정자들, 성 평등 강의에 집단반발" 논란

경찰 강의나섰던 여성학 박사 "성 평등 정책 정면 부정하는 일 벌어져"
"귀찮게 이런 거 왜 하냐며 자리 이탈도"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자료사진)
경찰서장급 인사가 될 승진 예정자들이 경찰대학에서 실시된 성 평등 교육을 듣는 과정에서 자리를 의도적으로 이탈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말 경찰대학에서 성 평등을 주제로 강의를 한 권수현 여성학 박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성 평등의 가치, 현 정부가 추진하는 성 평등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 이 자리에서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총경 승진 예정자 51명, 일반 부처와 공공기관 임원 승진대상자 14명 등 모두 71명이 참석했다고 권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당시 '성 평등 조직'을 만들기 위한 조직 관리자로서의 고민을 주제로 조별 토론을 제안했다면서 "토론 시작을 알리는 순간 15명 이상의 사람들이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귀찮게 이런거 왜 하냐'는 불평이 나왔고 '졸리다', '커피나 마셔볼까'라면서 우르르 자리를 이탈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외에 수업을 듣던 이들 일부도 '증가하는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강의 내용과 관련, '통계를 대라'는 식의 항의를 했다고 권 박사는 설명했다.

특히 한 공단 기관장 승진예정자는 '2017년 기준으로 경찰 조직 내 여성 비율이 11.1%'라는 강의 자료 화면을 두고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이 50%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냐"며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권 박사는 "70여 명의 교육생 가운데 여성은 단 한 사람이었다"며 "남성들만으로 이뤄진 조직이 왜 그렇게 무능하고, 자정 능력이 없는 조직이 될 수밖에 없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사회에 치안 행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전체 경찰관의 남성비율, 경찰 지휘부의 남성 비율이 제한돼야 한다"며 "경찰 조직 내 여성 경찰 및 여성 경찰 관리자 비율을 절반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이 같은 권 박사의 강의 상황 설명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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