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문제로 갈등"…제주 전 남편 살해는 계획범행?

재작년 협의이혼 후 면접교섭권 소송서 갈등
2년 만에 꿈에 그리던 아들 만나러 갔다가 살해된 피해자
예고 없이 무인 펜션 예약 등 계획범죄 정황
톱·흉기 발견…시신 훼손 후 유기 가능성↑
호리호리한 몸에 단독범행?…공범 유무 밝혀야
경찰, 청주서 발생한 의붓아들 사망사건도 수사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모(36·여)씨가 1일 제주동부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고모(36‧여)씨.

3일 현재 고씨는 범행을 자백했지만, 범행 동기와 과정 등에 대해서 제대로 진술하지 않으면서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많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이 사건을 단독 보도한 이후 취재한 내용과 경찰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의문투성이인 사건을 정리했다.

◇ 협의이혼 후 아이 문제로 갈등 겪다 살해?

재작년 고씨는 살해 피해자인 전 남편 강모(36)씨와 성격 차이로 협의이혼했다. 슬하엔 아들(6)이 하나 있었다.

유가족의 얘기를 들어보면 결혼 생활 내내 고 씨로부터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던 강 씨는 아이 때문에 망설이다 결국 이혼을 결정했다.

이혼 직후 아이의 양육권을 넘겨준 강씨는 고씨에게 아이를 보여 달라고 지속적으로 부탁했지만, 고씨는 강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 사이 고씨는 제주시내에 거주하는 자신의 부모에게 애를 맡긴 뒤 충북 청주시에서 현 남편과 재혼해 따로 살았다.

반면 아이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강씨는 제주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어 빠듯한 생활에도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매달 40만 원씩 양육비로 고씨에게 보냈다.

이후에도 고씨가 아이를 전혀 보여주지 않자 강 씨는 법원에 가사소송(면접교섭권)을 제기했고, 지난달 초 법원으로부터 한 달에 두 번씩 아이를 볼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그런데 이혼 2년 만인 지난달 25일 법원의 결정에 따라 꿈에 그리던 아들을 만나러 갔다가 강씨는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고씨에게 무참히 살해를 당했다.

면접교섭권 소송 과정에서 고씨가 세 차례에 걸쳐 재판에 불출석하다 재판에 참석해서는 욕을 하며 격분했다고 유족은 주장하고 있다. 또 아이 문제로 강씨와 이혼 뒤에도 갈등이 이어졌다고 전한다.

이 때문에 고씨가 아이 문제로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다만 단순히 아이 문제로 살해까지 이뤄졌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워 향후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가 밝혀질 필요가 있다.

◇ CCTV 없는 무인 펜션 예약하고, 자신의 차로 이동

현재 일각에서는 고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범행 전후의 고씨의 행적을 보면 계획범죄로 보일만 한 정황들이 확인된다.

먼저 고씨가 강씨에게 2년 만에 아이를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사전에 얘기도 없이 제주시의 한 펜션을 예약한 점이 수상하다.

해당 펜션은 무인으로 운영되고, 안에 실제로 작동이 안 되는 모형 폐쇄회로(CC)TV만 설치돼 있어 남모르게 범행을 저지르기에 최적인 것이다.

펜션 인근 주택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담긴 피의자 차량. (사진=제주동부경찰서 제공)
또 범행 직전에 제주시의 한 마트 주차장에 강씨가 몰고 온 모닝 차량을 세워두게 하고, 고씨가 청주에서 가져온 그랜저 차량에 탑승시킨 뒤 범행 장소인 펜션으로 함께 이동한 점도 석연치 않다.

범행 당일인 25일 오전 서귀포시의 한 테마파크에서 강씨와 고씨, 아들이 처음 만나고 나서 이날 오후 마트로 오기까지 각자가 서로의 차를 몰아 따로 움직였던 터였다.


범행 후 사흘째인 지난달 27일 고씨는 홀로 여행용 가방을 자신의 차량에 싣고 다음날인 28일 제주항에서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청주시로 도주한다.

피해자가 펜션에서 나온 모습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범행 후 시신을 훼손한 뒤 차에 싣고 도주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고씨가 바로 충북 청주시로 가지 않고 서울 등을 거쳐 범행 일주일이 지난 31일 오전이 돼서야 거주지인 청주시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고씨가 범행 후 사후처리까지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범행 직전 의도적으로 강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 펜션으로 이동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상황이다.

또 경찰이 고씨가 도주한 이후 사건 현장인 펜션을 조사했을 때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는 점에서 사전에 청소 도구 등을 미리 챙겼을 수도 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시약으로 혈흔 유무를 감별하는 '루미놀 검사'를 진행해 피해자의 것으로 확인된 다량의 혈흔을 욕실, 거실, 부엌 등에서 발견한 바 있다.

◇ 흉기‧톱에 다량의 혈흔 발견…시신 훼손 가능성

시신 처리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많다. 범행 직후인 지난달 25일 이후부터 피해자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의 '루미놀 검사'를 통해 나타난 혈흔을 보면 고씨가 시신을 훼손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타난다.

펜션 다인실 천정에 흉기를 휘두를 시 나타나는 혈흔이 확인됐고, 욕실 바닥에 다량의 혈흔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경찰이 지난달 31일 고씨의 자택과 차량 등을 압수 수색을 한 결과 휴지통에서 고 씨가 범행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와 톱 등을 발견했다.

또 고씨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을 확인한 결과 고씨가 범행 후 생긴 손의 자상을 병원에서 치료한 사실도 확인했다.

여러 가지 정황상 고씨가 강씨를 펜션에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또 다른 의문점은 공범이 있는지 여부다. 현재 고씨는 단독범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호리호리한 몸집의 고씨가 홀로 남성을 상대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수사를 통해서 공범 여부도 반드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제주동부경찰서. (사진=고상현 기자)
지난 1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해 혐의로 충북 청주시의 거주지에서 고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3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된다.

현재까지 피해자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고씨를 상대로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해서 추궁하는 한편, 수색을 병행하고 있다.

또 경찰은 지난 3월 2일 충북 청주 고씨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의붓아들(4) 사망사건에 대해서도 살해사건과 연관이 없는지 수사 중이다. 숨진 아이는 고씨와 재혼한 현재 남편의 아들이다.

사건을 수사해온 청주 상당경찰서는 최근 질식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있다는 부검 결과를 토대로 타살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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