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계 연합은 하 의원 윤리위 상정이 지도부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당권파의 속셈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2일 저녁 만찬 회동을 갖고 이와 관련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대응 방안으로는 윤리위원장 '불신임' 카드가 거론된다. 윤리위원장이 손학규 대표 싱크탱크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측근인만큼, '제척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당권파 측에서는 윤리위를 두고 "당과 분리된 독립기구"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손 대표 입맛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혁신위에 이어 하태경 '불씨'…유승민-안철수계 대응책 논의
3일 바른미래당에 따르면 유승민·안철수계 의원 11명은 지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나 3시간가량 만찬 회동을 했다. 바른정당계 하 의원에 대한 윤리위 상정 등 당내 현안과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앞서 '노인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하 의원은 손학규 대표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지난달 31일 윤리위에 징계안이 상정됐다. 당시 윤리위에는 유승민 전 대표와 이찬열 의원, 이준석 최고위원이 함께 제소됐지만 이들의 징계안은 모두 기각됐다.
반대파들은 하 의원 윤리위 '나홀로 상정'이 당권파의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하 의원이 징계를 받아 당직이 정지된다면 최고위원 중 당권파는 4명, 반대파는 4명으로 동률을 이루기 때문에, 당대표의 의결권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회동에서는 송태호 윤리위원장이 손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이사장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윤리위는 당의 독립기구로 운영돼야 하지만, 수장이 손 대표의 최측근이기에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리위가 손 대표의 사당화를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손 대표를 향한 '찌질' 발언으로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을 받은 이언주 의원에 이어 하태경 의원까지 '반대파'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리위 징계를 보면 어김없이 손 대표와 연관되어 있는 사안"이라며 "반대파를 제거하고 당을 장악하려는 도구로 쓰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하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소는 당권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손 대표와 가까운 제정호 당 시니어위원장은 1일 최고위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 제소된 4명중에 다른 분들은 모두 용서하고 하태경 의원만을 다시 징계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좀 모순인 것 같다"며 "하 의원이 당대표에게 몇번이나 정중히 사과한 점을 참작해 같은 동료로서 용서해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 위원장은 통화에서 "내홍이 더이상 커지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손 대표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는 등 중재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 징계 등 논란에 대해 당권파 측은 "윤리위는 당과 분리된 독립기구"라는 입장이다.
◇'온건파' 안철수계도 '부글'…윤리위원장 불신임 거론도
혁신위에 이어 하 의원과 관련한 갈등까지 불거지자 당의 내홍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모습이다.
앞서 안철수계 의원들은 '정병국 전권 혁신위'를 제안하며 손 대표와 유승민계 사이의 중재를 시도한 바 있다. 유승민계는 이를 수용했지만, 손 대표 측은 불가 방침을 밝히며 '외부 인사'를 접촉하고 있는 중이다.
안철수계 온건파에서는 여전히 '중재'에 방점을 찍으며 유화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이번 하 의원 윤리위 사안만큼은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철수계 한 의원은 "이언주 의원이야 별다른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기에 우야무야 넘어간 측면이 있지만, 하 의원은 다르다"며 "윤리위가 당 소속 국회의원을 이렇게 징계해서야 되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유승민-안철수계 연합은 윤리위원장 '불신임'이라는 강경책도 준비하고 있다.
윤리위 규정 2장 11조에 따르면 '당무위원회의가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당대표에게 위원장의 불신임을 요구한 때에는, 당대표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당무위가 구성돼 있지 않기에 최고위원회가 이를 대신한다.
이를 감안하면 최고위원 반대파 5명이 윤리위원장 불신임을 요구하면 손 대표는 이를 수용해야 하는 셈이다. 안-유 연합은 이르면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