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의 한 축인 지방의회가 발전, 성숙하기는커녕 각종 일탈로 물의를 일으키자 '무용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일어난 지방의원의 비행은 음주운전부터 술값 시비, 불법 축사 운영 등 유형도 다양하다.
경기도 고양시의회 소속 김완규 의원은 지난달 28일 오후 11시 50분께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김 의원은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자택 아파트단지 주차장에서 적발됐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0.125%였다.
지난 1월 1일에는 같은 의회 소속 채우석 의원이 대낮에 음주운전을 하다 도로 중앙분리대 화단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부산 사상구의회 권경협 의원은 지난달 16일 오후 10시 40분께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구청 간부와 술을 마신 뒤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그는 당시 음주단속 경찰관을 지나친 뒤 2㎞를 더 운행하다 붙잡혔다.
권 의원은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운전면허취소 수준인 0.126%가 나오자 채혈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0.193%로 더 높아졌다.
검찰은 이런 권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인천 남동구의회 소속 A 의원은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마트와 신규 점포를 홍보하는 문자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보내 물의를 빚었다.
A 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기업형 대형마트의 입점으로 골목상권이 죽어가는 현실에서 시대적 흐름과 대승적 차원에서 커피·반찬 가게를 새롭게 오픈한다'는 내용과 함께 개점 시점과 고객 당부 사항 등이 담겼다.
시민단체는 A 의원이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는 문자를 주민 등에게 보내는 것은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 의원은 지난 3월에도 남동구 논현동 한 주점에서 술값 시비를 일으키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술주정을 부려 비난을 초래한 바 있다.
충북에서는 이수완 도의원이 가설 건축물과 축사를 불법 증·개축한 사실이 드러나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진천군 진천읍 교동리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받은 가건물에 불법 컨테이너와 조립식 창고(총 80㎡ 규모)를 증·개축한 것으로 드러나 최근 진천군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
지난달 덕산면 석장리 농장의 일부 축사를 불법 증·개축한 사실도 드러났다. 축사 7개 동 가운데 3개 동은 농지와 산지 전용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해 "제 소유인 덕산면 축사 등과 관련해 따가운 질책을 받은 데 대해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진천군이 시정 명령을 내린 불법 가설 건축물을 적법하게 처리하고 악취 등 주민이 불편을 느끼면 축산농장을 폐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주민의 요구를 수렴해 지방행정에 반영하고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이처럼 일탈을 일삼자 일부에서는 함량 미달 의원을 퇴출하거나 지방의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최진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시민자치국장은 "지방의회마다 윤리강령이 있지만 징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유명무실하고, 문제를 일으켜도 조용히 지나가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의회 내에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윤리강령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선거 과정에서 정당은 후보자 검증에 심혈을 기울이고, 유권자는 표로 엄히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