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에 자존심은 없다"… '글로벌 車업계' 합치고 줄이고

"인류 130년 車역사 중 가장 큰 격변기"
순혈주의 버리고 생존 꾀하는 글로벌 車업계
비용 줄이고 효율성 높이기 위한 '합종연횡'
FCA, 르노와 합병 추진해 미래車 투자 꾀해
도요타는 소프트뱅크, 혼다와 '일본연합' 구축
세계5위 현대기아차도 기술협력, 동맹에 속도

(사진=연합뉴스)
"인류 자동차 130년 역사에서 가장 큰 격변기를 맞고 있다. 생태계가 완전히 변하는 매우 중요한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전기자동차와 수소전기자동차,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미래형 자동차로의 변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 업계도 격변기를 맞고 있다. 비용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이기 위해 거대 자동차 기업들이 동맹을 넘어서 합병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 크라이슬러'가 최근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에 합병을 제안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 제안이 아직 본격 궤도에 오르지 않은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독일 아우디 역시도 수소전기차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동맹을 맺었고 BMW도 도요타와 손을 잡았다.

◇ FCA는 르노에 왜 '빅딜'을 제안했나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지난 27일, 프랑스 르노그룹에 합병을 제안했다.


FCA와 르노가 합병 회사의 지분을 각각 50%씩 나눠 갖는 구조로 우선 FCA와 르노 양사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FCA와 르노의 빅딜이 성사될 경우 합병 회사는 단숨에 세계 3위 규모(1위 폭스바겐, 2위 도요타)의 거대 완성차 기업으로 올라선다. 르노는 이미 일본 닛산과 미쓰비시와도 동맹 관계를 맺은 상태다.

FCA는 이탈리아 완성차 업체 피아트를 기반으로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지만 경영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로의 변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FCA도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래 자동차는 투자가 필수적인 영역이지만 동시에 아직 대중화가 덜 된 상황에서 수익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즉, 아직까진 투자 대비 수익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자동차 업계에선 한 차종이 10만 대 이상의 생산체계를 갖춰야 수익성이 확보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FCA는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자신들보다 덩치가 크고 미래 자동차 경험이 많은 르노와의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르노 역시 FCA를 통해 미국시장 진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FCA는 미국계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 외에도 최근 높은 수익성을 보이는 지프, 닷지 램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차가 종식되는 등 모빌리티 플랫폼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전기차의 보급 속도에 가속이 붙으면서 아예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FCA는 르노-닛산-미쓰비시 동맹 체계와의 협력을 통해 미래 먹거리에 대한 시너지를 늘리고 효율을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생존 위한 몸부림"… 동맹 맺고 덩치 줄이고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결국 인류 자동차 100년 역사 중 가장 큰 격변기를 맞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방식은 합병부터 기술 동맹까지 다양하다.

세계 자동차 생산 1위 기업인 폭스바겐은 이미 올해 초부터 미국 포드와 동맹 관계를 구축했다. 자율주행과 차량 전동화,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폭스바겐에 이은 세계 자동차 생산량 2위 기업인 도요타도 그동안 씌워져 있던 보수적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그 어느 회사보다 적극적인 기술 동맹을 맺고 있다.

지난해에는 같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와 공동 출자해 자율주행 서비스 회사인 '모네 테크놀로지'를 세웠다. 올해 3월에는 혼다 자동차까지 합류하면서 사실상 '일본 연합'이 구축됐다. 도요타는 수소전기차 부문에서도 BMW와 기술 제휴에 나선 상태다.

세계 5위의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적극적인 기술 협력에 나섰다. 선도적 영역인 수소전기차 부문에선 폭스바겐 아우디와 기술 협력을 맺었다.

특히나 최근엔 전기차와 공유차 영역에서 적극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단순 자동차 제조 업체가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기술 동맹에 속도가 붙고 있다.

자율주행 영역에선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와 손을 잡았고 고성능 전기차 영역의 도전을 위해 크로아티아 '리막'과도 손을 잡았다. 차량 공유 시장에서도 동남아 '그랩', 인도 '올라'와 '레브', 중동 '카림'과도 협력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덩치 줄이기'도 진행 중이다. 비용 절감을 통한 미래 기술 투자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미국 GM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변하는 자동차 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북미지역 공장 5곳과 해외 2곳을 폐쇄하고 북미지역 노동자 1만 4,000명을 감원 중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노동자의 거센 반발 속에도 GM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폭스바겐과 포드 역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안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130년 자동차 역사에 수많은 변곡점이 있었지만 지금 생태계가 바뀌는 큰 그림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현대기아차에 대해서도 "현대기아차도 지금은 과거에 갖고 있던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순혈주의를 버리고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도 "속도를 좀 더 내 퍼스트 무버로 나아갈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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