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부장검사는 3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남색 원피스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임 부장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동안 내부 제보 시스템을 통해 자체개혁과 감찰, 처벌을 요구했지만 묵살됐다"며 "지난해 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는데 (검찰은) 1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 떠밀려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 슬프다"고 입을 뗐다.
임 부장검사는 "김 전 검찰총장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묵살했다"며 "(당시 문제가 된 전직 검사 A씨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검찰총장의 결재가 있어야 가능하다. (김 전 총장이) 공범이고 최종 책임자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의 반발을 '기득권 내려놓기'를 거부하는 행보라고 꼬집었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에 대해 옳지 못하다고 하는데, 국민이 고통받을 때는 나오지 않았던 목소리가 개혁이 논의돼서 검찰의 권력을 일부 내려놔야 하니까 고민을 하는 건 좀 너무한 것 같다"며 "각 기관들이 각자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정하고, 고칠 것을 고치면서 개혁을 말할 때 진정성을 믿어주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이후에도 고발을 이어갈 것인지'라는 질문을 이어가자 임 부장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사건을 덮었던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시효에 대해 시간을 끌고 있는 현 대검 수뇌부를 2차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며 "재정신청 등 고발인으로서의 불복 수단을 활용해 법원에서 공소 제기 명령을 내릴 때까지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사건을 정식으로 배당하고, 이들 전·현직 검찰 간부 4명을 입건했다. 경찰이 전직 검찰 수장을 입건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검찰 간부들은 지난 2016년 부산지방검찰청에서 일했던 전직 검사 A(36)씨의 고소장 위조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감찰이나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15년 12월 부산지검에 근무할 당시 민원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분실하자, 해당 민원인의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해 임의로 바꿔치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소장을 분실하면 고소인에게 사실을 알리고 다시 받는 게 원칙이지만, A씨는 바꿔치기한 고소장 사본에 표지를 붙인 뒤 사건과장과 차장검사의 도장까지 몰래 찍어 공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고소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A씨는 2016년 6월 사표를 냈다. 당시 부산지검은 고소장 분실 경위와 고의성 여부, 위조 이유 등을 조사하지 않은 채 A씨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이후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잇따랐고, 검찰은 사건 발생 2년 만인 지난해 10월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2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선고는 다음달 16일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