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대통합' 군불을 본격적으로 지피고 있다. 특히 핵심 키인 바른미래당을 향해 '외투'를 입으면 합치기 어렵다며 단계적 통합을 언급했다. 당대당 통합보다 '개별 입당'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자강' 결의를 한 바른미래당은 황 대표의 제안에 "답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정계개편이 본격화되면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보수대통합은 자연스레 고개를 들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당권 탈환을 위해 한 배를 탄 안철수-유승민계의 선택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황 대표의 개별 입당 구상과는 달리, 자강을 통해 불린 몸집으로 공천 등 지분확보를 위해 당대당 통합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보수대통합에 있어 서로 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황교안 "외투 입고서는 쉽지 않아"…개별입당 방점
황 대표는 지난 27일 당 공식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바른미래당과의 통합과 관련, "헌법 가치에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힘을 모아야 하지만, 당이라는 '외투'가 있으면 그 외투를 입은 채 합쳐지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당을 합치는 게 목적은 아니기 떄문에 통합부터 시작해 단계적이고 점차적인 통합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대당' 통합 보다는 '개별 입당'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담고 있는 바른미래당이라는 외투로는 한국당과 합치기 쉽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협상에 있어 동일선상에 있는 당대당 통합으로 지분을 내주기 보다는 개별 입당으로 통합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개별 입당 방침은 한국당이 적극 추진하는 인재 영입과도 맞물려 있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당대당 통합보다는 개별 입당을 통해 일단 함께 하자는 뜻"이라며 "일단 문을 활짝 열어놔야 대통합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6월과 9월 대규모의 인재 영입을 구상하고 있다. 6월에 거물급 영입 등으로 신호탄을 쏜 뒤, 9월에 또 새로운 얼굴들을 내세워 추석 밥상에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시을, 초선)과 이언주 의원(무소속, 경기 광명시을 재선) 등의 영입이 거론되면서 활기를 띄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후보군으로도 오르내리고 있다.
이 의원의 경우 지난 24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참배하는 등 명확한 보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은 호남권을 공략해야 할 황 대표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인사다.
정 의원은 당의 내홍이 정리된 뒤 거취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내홍이 정리되서 방향이 잡혀야 행보는 행보대로 할 수 있다"며 "우선 바른미래당이 잘 될 수 있도록 하고, 타이밍을 봐서 개인적인 문제를 접근하겠다"라고 말했다.
◇바른미래 "거론할 가치 없어" 했지만, 黃에 '당대당'으로 맞불?
황 대표의 '통합' 발언에 바른미래당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30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그런 발언은 거론할 가치도 없다"라고 일축했다.
지난 8일 김관영 전 원내대표가 사퇴를 굳힌 의원총회에서 '다른 당과 합당이나 연대 없이 기호 3번(바른미래 몫)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자강'(自强)을 결의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의 내홍이 정리된 뒤 당권의 향방과,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표심 등을 감안했을 때 정계개편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우선 손학규 대표, 호남계 등 당권파와 안철수-유승민 연합군이 현재는 대치하고 있지만, 내홍이 정리된 후 한축이 당권을 쥐면 '이탈'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보수대통합의 경우 안철수-유승민 연합군에게 달려 있다. 만약 당권을 잡는다면 황 대표의 개별 입당 입장에 당대당 통합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크다. 당의 자산을 쥐고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되고,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공천을 위해선 협상은 더욱 중요하다. 안철수-유승민 연합군의 지역구나 출마지 상당수는 수도권에 몰려있다. 지분을 내놓지 않으려는 황 대표 측과 보수대통합에 있어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보수대통합이 필요하지만, 실제 통합이 이뤄지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되는 이유다.
하지만 일단 안철수-유승민계는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유승민계 한 의원은 "변화가 없는 한국당에 갈 생각이 없다"라고 강조했고, 안철수계 한 의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라고 일축했다.